이혁·이효 형제 “쇼팽을 향한 열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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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쇼팽 국제 콩쿠르 3라운드 후 무대 뒤에서 현지 언론과 인터뷰 중인 이효와 이혁 형제. 사진제공=쇼팽 인스티튜트.

제19회 쇼팽 국제 콩쿠르 3라운드 후 무대 뒤에서 현지 언론과 인터뷰 중인 이효와 이혁 형제. 사진제공=쇼팽 인스티튜트.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19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결선 무대(18~20일, 현지시간)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의 형제 피아니스트 이혁·이효 형제는 아쉽게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본선 무대 내내 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은 것에 대해, 형제는 "콩쿠르 기간 동안 보내주신 따뜻한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인사를 전했다.

“음악에 집중했을 뿐… 쇼팽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섰다”

제19회 쇼팽 국제 콩쿠르 3라운드 무대에서 연주중인  피아니스트 이혁 . 사진제공=쇼팽 인스티튜트.

제19회 쇼팽 국제 콩쿠르 3라운드 무대에서 연주중인 피아니스트 이혁 . 사진제공=쇼팽 인스티튜트.

두 사람은 17일(현지시간) 공식 SNS 계정을 통해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번 콩쿠르 무대를 통해 프리데리크 쇼팽을 향한 저희의 열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어 감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저희의 연주회에서 여러분을 뵐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곧 다시 만나 뵙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혁과 이효는 콩쿠르 본선이 시작된 이후 나란히 3라운드(20인)에 진출하며 현지 언론과 클래식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쇼팽 콩쿠르에서 친형제가 동반 본선에 진출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형제 피아니스트인 임동민, 임동혁이 20년 전 동반 진출한 이후 '혁효 형제'가 처음이다.

하지만 16일 발표된 결선 진출자 명단에 두 사람의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음악성과 스타성을 동시에 지닌 형제의 둘 중 한명은 결선행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기에 아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혁은 본선 3라운드 직후 인터뷰에서 “이 무대가 정말 중요한 것은 맞지만, 특별히 더 중요하다고 느끼진 않았다. 저는 여전히 음악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며 “단지 음악에 집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1년 대회에서 이미 결선에 진출했던 ‘재도전자’였다. 러시아에서 유학하던 그는 전쟁 이후 폴란드로 이주했고, 2022년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무대 위에서도, 무대 밖에서도 형제애 빛나

이번 콩쿠르에서 이혁은 자신의 스타성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국어, 영어, 러시아어, 폴란드어 등 네 개 국어를 구사하며, 피아노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연주도 능숙하다. 체스는 국제대회에서 입상할 만큼의 실력자다. 특히 능숙한 폴란드어 실력에 대해, 현지 언론은 “무대 위의 피아니스트가 무대 밖에서는 폴란드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라며 그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제19회 쇼팽 국제 콩쿠르 3라운드 무대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 중인 피아니스트 이효 . 사진제공=쇼팽 인스티튜트.

제19회 쇼팽 국제 콩쿠르 3라운드 무대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 중인 피아니스트 이효 . 사진제공=쇼팽 인스티튜트.

동생 이효는 무대에서 점점 더 존재감을 키워갔다. 고전적인 스타일보다는 현대적인 해석으로 쇼팽을 재해석했다. 검은 수트를 고집하는 다른 남성 참가자들과 달리 조끼, 갈색 재킷 등을 착용하며 개성을 드러냈고, 풍부한 표정과 몸짓으로도 관객들과 소통했다. 이효는 쇼팽 인스티튜트와 공식 인터뷰에서 “연주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이 저를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자신만의 쇼팽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이효는 콩쿠르를 '경쟁'보다는 '소통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무대는 저에게 가장 즐거운 공간이고, 관객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굳이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의 무대는 해방감과 여유로움이 느껴졌고, 그런 모습이 관객에게도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이혁·이효 형제 “쇼팽을 향한 열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어 감사”

형제가 서로의 연주 직후 백스테이지에서 진심 어린 포옹과 격려를 나누는 모습도 화제였다. 무대 위에서는 각자의 스타일로 경쟁했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서로를 응원하는 진짜 형제의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혁·이효 형제는 이번 콩쿠르를 통해 자신들의 가능성을 널리 알렸다. 많은 이들이 입상자보다 이들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실제로 수많은 콩쿠르 역사상 우승자가 자취를 감추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본선에서 탈락한 연주자들이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한 사례도 적지 않다.

'건반 위의 올림픽' 쇼팽 콩쿠르, 올해 우승자는?

2015년 쇼팽 콩쿠르 4위 입상자인 에릭 루가 올해 재도전, 본선 3라운드에서 연주중인 모습. 사진제공=쇼팽 인스티튜트.

2015년 쇼팽 콩쿠르 4위 입상자인 에릭 루가 올해 재도전, 본선 3라운드에서 연주중인 모습. 사진제공=쇼팽 인스티튜트.

1927년 창설된 쇼팽 콩쿠르는 5년마다 개최되며, ‘건반 위의 올림픽’이라 불린다. 마우리치오 폴리니(1960), 마르타 아르헤리치(1965), 크리스티안 지메르만(1975) 등 콩쿠르 이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피아니스트들의 산실이다. 조성진이 한국인 최초로 2015년 우승해 화제가 됐다.

이번 제19회 쇼팽 콩쿠르 결선 진출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아시아계 연주자들의 강세다. 결선에 오른 11명 중 8명이 아시아계로, 미국 국적의 에릭 루와 윌리엄 양, 캐나다의 케빈 첸, 중국의 지통 왕, 말레이시아의 빈센트 옹, 일본의 미유 신도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 3명, 미국과 일본 각 2명, 폴란드·말레이시아·조지아 각 1명씩으로, 총 7개국 11명의 연주자가 결선에 진출했다. 2015년 대회에서 4위를 기록했던 에릭 루의 재도전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관심사다. 2008년생인 류 톈야오는 이번 대회 최연소 결선 진출자로, 이미 큰 주목받고 있다. 빈센트 옹은 말레이시아 역사상 첫 결선 진출자로 자국 역사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관심이 쏠린다.

최종 결선은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열린다. 참가자들은 결선 마지막 무대에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또는 2번 중 한 곡을 택해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올해는 특별히 '폴로네이즈 환상곡'이 지정곡으로 추가됐다. 약 10분 길이의 이 작품은 기교보다 음악적 깊이를 평가하는 곡으로, 최종 우승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종 우승자는 한국 시간으로 21일 새벽 발표된다. 우승자는 다음 달 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과 협연, 26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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