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르브론 제임스의 NBA 마지막 우승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이다. LA 레이커스 이적 후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결국 자신의 4번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 시절 NBA는 코로나19 문제로 인해 ‘버블’ 형태로 시즌을 치러야 했다. 수많은 팬 사이에서 멋진 경기를 펼쳐야 했던 선수들은 홈, 원정 구분 없이 올랜도에 모여 답답하게 갇혀 농구를 해야 했다.
그렇기에 제임스와 레이커스가 당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는 반응도 있다. 5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여전히 ‘5년 전’ 제임스와 레이커스가 이룬 우승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단 하나다. 제임스가 NBA 정상에 설 수 있었던 건 ‘버블’이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레이커스 네이션’은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레이커스 선수들은 물론 당시 ‘버블’에 있었던 많은 선수는 그때의 환경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또 레이커스의 우승은 충분히 자격 있고 그 가치를 의심받아선 안 된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천하의 제임스에게도 ‘버블’은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NBA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였으나 뜨겁게 경쟁해야 할, 또 경쟁한 상대 선수들과 같은 곳에서 밥을 먹고, 같은 곳에서 생활하며, 같은 곳에서 잠을 잔다는 건 쉽지 않았다.
제임스는 최근 팟캐스트 ‘Mind the Game’에서 ‘버블’ 환경이 얼마나 특이했고 또 정신적으로 치열했는지 언급했다. 특히 NBA 파이널에서 경쟁한 마이애미 히트와 미리 치른 ‘정신력 싸움’에 대해 강조했다.
제임스는 “나의 기억에는 우리와 마이애미 선수들이 같은 호텔에서 지냈던 것 같다. 매일 아침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갈 때는 물론 식사 중일 때도 그들과 마주쳤다. 새로운 유형의 정신력 싸움이었다. 도망칠 곳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경기 도중 어떤 선수가 나를 밀치고 욕을 하면서 몸싸움을 했는데 이후 그를 다시 마주치는 것이다. 이제 겨우 휴식을 취하고 와인을 한 잔 해야 하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만날 수 있지 않나. 그렇게 방으로 가려면 40층까지 함께 있어야 한다”며 “그건 새로운 차원의 정신력 싸움이었다. 누가 먼저 무너지는지를 인내하는 싸움이기도 했다. 난 그저 경기장에서만 경쟁하고 싶었다. 그래야만 에너지를 아낄 수 있지 않나. 5년 전 파이널은 정말 독특하고 힘든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제임스의 말처럼 ‘버블’ 시대의 NBA는 코트 위에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었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신경 써야 했으며 이로 인해 피로도가 컸다. 그런 상황에서 제임스는 레이커스와 함께 NBA 정상에 섰고 이 부분은 의심을 받는 게 아닌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
‘레이커스 네이션’은 “NBA 역사상 전례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경기장에서 치열하게 맞붙은 상대를 몇 분, 몇 시간 뒤에 호텔 식당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보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다. 선수들은 전투 모드를 유지해야 하는데 아침 식사를 같은 장소에서 한다는 건 이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레이커스는 NBA 정상을 차지했다. 그 우승의 가치는 결코 훼손될 수 없다”고 바라봤다.
한편 제임스는 NBA 파이널 무대에 서는 선수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제임스는 “파이널에서 겪는 모든 경험, 귀찮고 짜증나는 일조차 모두 즐겨야 한다. 그곳에 서는 건 보장된 것이 아니다.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핵심을 잊어선 안 된다. 결국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우승을 위해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