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대한 끌어주면 투수들을 아낄 수 있다는 마음으로 투구했다.”
신민혁(NC 다이노스)이 완벽투를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남다른 책임감이 있었다.
이호준 감독이 이끄는 NC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염경엽 감독의 LG 트윈스를 3-0으로 격파했다. 이로써 전날(18일) 8-9 패배를 설욕함과 동시에 3연전 위닝시리즈를 챙긴 이들은 31승 4무 34패를 기록했다.
선발투수 신민혁의 호투가 눈부신 경기였다. 시종일관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뽐내며 LG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최종 성적은 7이닝 3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총 투구 수는 91구였다. 체인지업(49구)을 가장 많이 활용했으며, 커터(21구), 스플리터(10구), 패스트볼(11구)도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3km까지 측정됐다.
경기 후 이호준 감독은 “선발 신민혁이 7이닝을 완벽하게 책임지며 경기 흐름을 확실히 가져왔다. 덕분에 불펜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신민혁은 “(포수) (김)형준이와 호흡이 잘 맞아 오늘 편하게 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좋아 이닝을 빨리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날 결과로 신민혁은 LG전 통산 첫 승을 올리게 됐다. 앞서 그는 LG와 8차례 만났지만, 승리 없이 2패만을 떠안은 바 있다. 신민혁은 “(LG 상대로) 승리가 없었다. 알고 있었다. 계속 의식하고 있었다”며 “오늘은 꼭 승리하고 싶었다. 감독님도 맞아도 되니 자신있고, 편하게 하라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더 편하게 했던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7이닝을 소화한 것은 지난해 6월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이후 1년 만이다.
그는 “(그동안) 7이닝을 던지고 싶었는데 못 던졌다. 저도 외국인 투수들처럼 7이닝을 꼭 던지고 싶었다. 투구 수 아끼려 해도 잘 안 됐는데, 오늘은 수비를 믿고 경기를 잘 풀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상대 선발투수 최채흥의 호투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 최채흥은 이번 경기에서 시즌 첫 패전(무승)을 떠안긴 했으나, 5.1이닝 4피안타 1피홈런 1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신민혁은 “최채흥 선수도 저랑 비슷하게 제구가 좋은 투수다. 이닝을 빨리 끝내길래 저도 저 투수보다 더 늦게 내려오고, 빨리 스트라이크를 잡고 싶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고 말했다.
특히 불펜진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라 더 값진 성과였다. NC는 18일 LG전에서 선발 김녹원(1.2이닝 3실점)이 일찍 강판되며 최성영(2이닝 1실점)-이준혁(0.1이닝 3실점)-임정호(1.1이닝 1실점)-전사민(1.2이닝 무실점)-배재환(1이닝 무실점)-류진욱(0.2이닝 1실점) 등을 소모하고도 패배와 마주해야 했다.
다행히 위기에 몰린 NC에는 신민혁이 있었다. 남다른 책임감으로 긴 이닝을 소화하며 이호준 감독의 고민을 덜어줬다.
신민혁은 “이용훈 코치님이 경기 들어가기 전 (불펜 상황에 대해) 말씀하셨다. 어제 불펜 많이 소모한 것을 저도 봤다. 내가 최대한 끌어주면 투수들을 아낄 수 있다는 마음으로 투구했다. 빠르게 승부하려 해서 이닝을 많이 소화했던 것 같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지난해 9월에는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여파가 조금 남아 있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신민혁은 “아직 통증이 살짝 있다. 아프고 이런 것은 아니지만 조금 불편한 점이 있다. 좀 더 시간 지나면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한 번 쉬고 와서 지금은 팔이 좋아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