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제조업 부활과 거꾸로 가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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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8.04 17:47 수정2025.08.04 17:47 지면A31

[천자칼럼] 제조업 부활과 거꾸로 가는 트럼프

히틀러 나치 정권은 유대계 과학자의 상징적 인물인 아인슈타인의 예금을 동결하고 아파트를 약탈한 뒤 현상금을 내걸었다. 아인슈타인은 독일을 탈출해 영국의 한 외딴 해변 통나무집에 숨어 지내다가 미국으로 망명해 평생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보냈다. 그의 뒤를 따라 미국으로 피신한 독일 과학자들이 존 폰 노이만, 닐스 보어, 엔리코 페르미 등이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해 원자폭탄을 개발한 주역들이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 과학 기술과 대학 경쟁력의 주도권은 독일 등 유럽이 쥐고 있었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도 대부분 유럽에서 나왔다. 히틀러의 등장 이후 그 판이 깨졌다. 유대인 고급 두뇌의 대대적 유출이 일어났다. 미국은 유대계는 물론 나치에 부역한 독일 과학자도 흡수했다. 전후 이른바 ‘페이퍼클립 작전’이란 이름하에 미국은 친나치 과학자 600여 명을 미국으로 데려왔다. 나치 고위급이던 로켓 공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 등을 위해선 철저하게 이력 세탁까지 해줬다. 그의 주도 아래 아폴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히틀러 엑소더스가 요즘은 트럼프 엑소더스로 바뀐 양상이다. 트럼프의 인종주의와 반이민 정책,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비 삭감, 하버드 등 대학 압박에 염증을 느낀 우수 인재들이 미국을 빠져나가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독일 호주 등에선 “100년 만의 인재 영입 기회”라며 해외 인재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미국행이 막힌 아프리카 청년들은 중국으로 유학 가기 위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전쟁 슬로건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곧 미국 제조업의 찬란한 부활이다. 그러나 그가 강경 우파 이념이나 정치적 이해 관계에만 매달려 미국 경쟁력의 근원인 이민 문호를 걸어 잠그고, 대학을 옥죄는 것은 제조업 르네상스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숙련된 노동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자본의 힘만으로 제조업 부활은 요원한 꿈이다. 한국이 산업 경쟁력을 갖게 된 원동력도 과거 금오공고 등을 통한 숙련 근로자의 배출과 ‘터먼 리포트’에 근거한 KAIST 설립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진리는 평범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법이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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