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방송 3법을 시작으로 더 센 상법과 노란봉투법 등 논란이 큰 법안 강행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과 야당은 물론 많은 전문가가 그 부작용을 우려해 최소한 속도 조절이라도 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소귀에 경 읽기다.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는 방향으로만 내달리겠다는 모양새다. 증세 기조의 세제 개편안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발 관세로 가뜩이나 기업들이 곤경에 처한 이때 법인세까지 올려야 하느냐고 호소해도 귀 기울이는 의원 한 명 없다.
대주주 기준을 낮춰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을 대폭 늘리는 것에 반대하는 국회 청원이 11만 명을 넘어도 세제 개편안을 주도한 의원은 “주식시장 안 무너진다”는 말로 투자자를 실망시키고 있다. 과세 대상 확대에 반대하는 여당 의원이 13명에 달하자 정청래 신임 당 대표는 “입장 표명을 자제하라”며 입단속에 나섰다. 해외 투자자 역시 한국의 세제 개편안에 부정적이다. 홍콩의 한 증권사는 한국 보고서에서 “채찍만 있고, 당근은 없다”며 세제 개편안을 인센티브 없이 세금만 걷는 구조라고 혹평했다.
당내에서 가장 강성으로 꼽히는 정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의 행보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취임 일성으로 국민의힘 해산까지 언급하더니 어제는 첫 최고위원회에서 “내란 세력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는 강력한 민주당을 만들어 달라는 국민과 당원 명령에 부응하겠다” “검찰·언론·사법 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칼자루를 쥔 기세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득표율은 과반에 미치지 못한 49.42%였다. 절반 넘는 국민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다. 민주당에 표를 준 유권자라고 해도 모두가 주요 국정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더 센 민주당’을 원하는 건 아닐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건 여당답게 더 신중하게 국정을 이끄는 ‘책임지는 민주당’과 국민 통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