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 구글이 엊그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스마트안경을 깜짝 공개하면서 디자인 파트너로 소개한 한국의 안경 브랜드다. 블랙핑크 제니의 선글라스로 유명한 브랜드로 고급 안경테와 렌즈 등을 앞세워 매출의 절반 이상을 미국 중국 등에서 올리고 있다.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중견 제조기업 아이아이컴바인드는 화장품 탬버린즈와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K패션 선두 주자로서 글로벌 첨단 제품과의 융복합을 당당하게 구현해냈다는 평가다. 이 회사의 지난해 전체 매출(연결 기준)은 7891억원, 영업이익은 2338억원에 달한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파크시스템스는 극미세 반도체 공정의 필수 계측 도구인 원자현미경(AFM) 시장에서 세계 1위다. 기존 광학 및 전자현미경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20㎚(1㎚=10억분의 1m) 이하의 박막 두께, 표면 평탄도를 계측하는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 박사인 박상일 대표가 1997년 회사를 설립한 뒤 미세 진동을 감지해 표면 형상을 측정하는 비접촉식 원자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제이브이엠(JVM)은 약국 자동화 분야의 절대강자다. 국내 시장엔 경쟁자가 없고 유럽과 미국, 캐나다에서도 파우치형 자동 조제기 점유율 1위다. 올해 1분기에는 처음으로 수출이 내수를 앞섰다. 스피폭스는 알루미늄 콘덴서 케이스를 특수 성형·가공하는 소재부품 전문회사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1974년 설립 후 한 우물만 판 유풍은 세계 1위 모자 기업이다. 세계 시장에서는 조병우 회장을 ‘모자왕’으로 부른다. 레이크머티리얼즈는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는 금속 원자에 유기물을 결합해 화합물을 만드는 기술로 반도체와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 등의 소재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엔 반도체 자동차 조선 같은 대형 제조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 큰 강을 이루는 것처럼 세계 최고의 중소·중견기업이 많을수록 우리 산업 기반은 더 튼튼하고 융성해진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