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성공한 리더는 우연마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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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성공한 리더는 우연마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2024년 6월, 경상북도 영일만 인근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통령의 입으로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관련 종목 10개가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성공 확률은 20%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급등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끝났고,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들만 손실을 떠안았다. 정태성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의 신간 <히든 사이드>는 사람들을 움직인 것은 ‘성공 확률 20%’가 아니라 ‘140억 배럴’이라는 거대한 숫자였다고 말한다. 두 정보는 같은 무게로 판단돼야 하지만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크고 선명한 숫자에 끌리고 작고 불편한 숫자는 외면하기 일쑤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이라는 렌즈로 우리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본다. 시장에서 반복되는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른다’는 경험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인간의 인지 편향이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A바이오 주식을 주당 1만 원에 100주 샀다가 8000원으로 떨어졌고, S전자 주식을 주당 5000원에 매수해 7000원까지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손익의 크기는 같지만 체감은 전혀 다르다. 손실에서 오는 고통은 같은 규모의 이익에서 느끼는 기쁨보다 훨씬 크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익 난 종목은 서둘러 팔고, 손실 난 종목은 ‘언젠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속에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심지어 거래정지를 맞기 전까지도 말이다.

‘매몰비용의 오류’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왜 그 선수는 늘 4번 타자로 나설까. 실력이 아니라 과거의 선택이 자리를 지키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미 투입한 비용이 아까워 비합리적인 결정을 반복하는 현상이다. 그 선수를 고액에 영입한 단장이나 감독 입장에선 벤치에 앉히는 순간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한다. 팀에 손해가 되더라도 ‘이미 쓴 돈’을 기준으로 결정을 이어가는 것이다.

책은 일반 기업 리더의 의사결정도 예외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많은 실패의 배경에는 ‘통제감의 환상’이 자리한다. 한 번의 성공을 경험한 리더는 우연의 영역까지 자신의 통제 아래 있다고 믿기 쉽다. 예상되는 위협에 대해 부하 직원이 넌지시 위험성을 경고해도 리더는 대개 ‘이런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단정 짓고 넘어간다.

행복을 지키는 법도 엿볼 수 있다. “한 번의 큰 행운을 바라고 기다리기보다 소소한 기쁨을 잘게 쪼개 자주 느끼는 것이 우리 뇌를 행복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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