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웨어 종말론을 뜻하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Saas와 종말을 뜻하는 apocalypse의 합성어)’ 공포는 올해 1월 미국 앤스로픽이 생성형 AI ‘클로드 코워크’를 공개하며 점화됐다. 스스로 사용자의 컴퓨터 시스템을 조작해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AI의 등장하자, 직장에서 구독형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용하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뒤덮었다. AI가 사람처럼 계약서 검토부터, 법규 감시 등 전문적인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자 하루 동안에만 세일즈포스, 어도비 등 주요 SaaS 기업들을 중심으로 2850억 달러(약 428조 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하기도 했다.
이에 SaaS 기업들은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고, 기존 업무 도구를 ‘디지털 노동력 플랫폼’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체질 개선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협업툴 기업 노션이 대표적이다. 노션은 이달 14일 개발자가 AI 코딩 에이전트를 활용해 외부 시스템을 연결·운영할 수 있는 ‘개발자 플랫폼(Developer Platform)’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단순 업무 도구를 넘어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플랫폼’으로 변신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플랫폼을 기획한 에릭 골드먼 노션 AI 엔지니어링 리드는 “앞으로는 직원뿐 아니라 AI 에이전트도 팀원처럼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함께 일하게 될 것을 상정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개발자는 이제 노션에 외부 데이터베이스와 고객관리(CRM) 같은 서비스들을 연결하고, AI 에이전트에게 이를 관리·배포하도록 맡길 수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서버를 운영하고 관리해야 했지만 이를 에이전트에 맡길 수 있도록 통합한 것.노션 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업무용 매신저 ‘슬랙’도 올 1월부터 자동응답 기능에 머물렀던 ‘슬랙봇(Slackbot)’을 업무용 AI 에이전트 형태로 전면 개편했다. 슬랙 내부 대화와 데이터 등을 이해한 뒤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거나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디지털 동료’로 슬랙봇을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업무용 AI 비서 ‘코파일럿(Copilot)’을 중심으로 기업용 에이전트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 문서 요약·생성 기능을 넘어 여러 AI 에이전트가 역할을 나눠 협업하는 ‘멀티 에이전트’ 체계를 도입하고, 기업 내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복 업무를 자동 수행하는 기능까지 확대하는 중이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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