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전년 대비 36% 폭등… 중동전쟁·고환율·조류인플루엔자 직격탄
7월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대형마트 달걀 코너에서 들려온 목소리들이다. ‘국산 특란 한 판(30알)’을 6380원에 판매한다고 광고하면서 이날 마트 앞에는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오전 10시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곧장 달걀 매대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날 나온 할인 물량은 특란 40판. 두 번에 걸쳐 각 20판씩 판매됐는데, 두 번째 물량은 점원이 수레에 실어오자마자 2분 만에 동났다. 미처 진열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집어 들어 장바구니에 담았다. 50대 김모 씨는 “요즘 할인하는 달걀을 사려면 오픈 30분 전엔 와서 기다려야 한다. 오늘 살짝 늦게 도착해 조마조마했는데 겨우 샀다”고 말했다. 60대 이모 씨는 “매장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왔는데도 못 샀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비싸서 안 팔린다” 판매 중단최근 ‘필수 식재료’ 달걀 가격이 고공 행진을 거듭하면서 달걀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소비자들이 ‘오픈런’을 벌이고 있다. 달걀은 무게를 기준으로 68g 이상 왕란, 60g~68g 미만 특란, 52g~60g 미만 대란, 44g~52g 미만 중란, 44g 미만 소란으로 구분한다. 이 중 특란이 전체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바로 이 특란 소비자가가 껑충 뛰었다. 6월 기준 특란 10알 평균 소비자가는 5144원으로, 전년 동월(3786원)보다 약 35.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3.2%)의 11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바로 전달인 5월(4476원)과 비교해도 14.9%가 올랐다.
갑작스러운 달걀 값 상승에 소비자들은 고충을 토로한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동네 마트에서 달걀 한 판을 6000원 정도에 샀다. 얼마 전에 가보니 판매가가 1만1500원이 됐더라”며 “그날 조금이라도 싼 달걀을 구해보려고 멀리 있는 가게까지 네 군데를 돌아다녔다”고 전했다. 마포구 연남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20대 이모 씨도 “달걀을 하루 40판 이상 사용하는데 최근 두어 달 새 판당 가격이 2000원 넘게 올라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또 “요즘 도매 물량이 넉넉지 않아 달걀을 필요한 만큼 구매하기도 힘들다. 한 번은 영업 도중 달걀이 떨어져 매장 근처 마트에서 한 판에 1만 원 넘게 주고 산 적도 있다”고 밝혔다.
가격 부담에 소비자들이 달걀 소비를 줄이자 ‘30알 단위 판매’를 중단하는 상점도 나타나고 있다. 기자가 7월 1일 방문한 서울지하철 신논현역 근처 한 마트 달걀 코너에는 30알 특란 상품이 보이지 않았다. 마트 직원은 “판당 가격이 1만 원이 넘고부터 잘 팔리지 않아 아예 매대에서 치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 동작구에 있는 한 마트에서도 특란을 팔지 않았다. 마트 관계자는 “공급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판매가를 매기면 손님들이 사가지 않고, 그렇다고 무작정 할인하면 남는 게 없어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격 안정 방안 제도화해야”
달걀 값 상승세가 장기화하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이미 미국·태국·브라질산 신선란 3139만 개를 수입한 데 이어 7월 중순부터 8월까지 2억 개를 추가로 들여올 예정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가 달걀 가격 급등세를 막고자 달걀 수입 방침을 꺼내 들었는데 시기상 늦은 감이 있다”면서 “달걀 값이 전월 대비 일정 수준 이상 오를 경우 가까운 나라에서 즉시 일정량을 들여오는 등 가격 안정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47호에 실렸습니다》
김윤정 기자 graphy@donga.com
박승현 기자 parksen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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