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종 레버리지 ETF 수익률 줄줄이 마이너스… “증권사 배만 불렸다” 비판도
6월 말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20대 A 씨가 한 말이다. 5월 27일 국내 증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14종이 상장됐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코스피는 레버리지 ETF가 초래한 거대한 격랑에 완전히 휩쓸렸다. 하루에 매도/매수 사이드카가 번갈아 발동될 만큼 변동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7월 6일(현지 시간) 그 원인 중 하나로 레버리지 ETF를 지목하며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 오징어 게임이 될 위험에 처했다”고 꼬집었다.
“코스피의 격렬한 움직임을 주도하는 건 단 2개 주식,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이들 종목의 주가 급등락은 시장 상황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도/매수를 결정하는 레버리지 상품의 영향으로 한층 심화됐다. 미국에도 이와 유사한 펀드들이 있지만, 아직은 레버리지라는 ‘꼬리’가 증시 ‘몸통’을 뒤흔들 만한 규모는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평가다. 실제로 국내 레버리지 ETF 규모는 기초자산에 비해 이례적으로 크다.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 합계가 약 9조 원에 이른다. 엔비디아 레버리지 ETF로 유명한 미국 NVDL 시가총액(약 6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SK하이닉스보다 4배 이상 큰 것을 고려하면 한국 증시의 레버리지 투자 열기가 유독 뜨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여파로 시장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반도체는 오른다’는 믿음의 대가
오랫동안 S&P500 ETF에만 투자해왔던 30대 B 씨는 6월 중순 “반도체 랠리에서 나만 소외되고 있다”는 불안감에 양사 레버리지 ETF를 매수했다가 최근 모두 팔아치웠다. 6월 23일 하루에만 삼성전자 주가가 12.31% 폭락하면서 레버리지 ETF가 24% 가까이 급락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분할매도해 손실 폭은 다소 줄였지만, 다시는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지 못하겠다”며 “그간 마음고생이 적잖았다”고 털어놓았다. 일과 중 수시로 주가를 확인하느라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A 씨와 B 씨처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개미가 적잖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출시 상품 14개 모두 한 달 수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7월 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대 하락 마감하면서 14종 가운데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제외한 13개 종목 가격이 상장가인 2만 원 아래로 내려갔다. 장중 하락률은 주가 하락률의 2배가 넘는 20% 안팎을 기록했다.
퇴출 주장 솔솔레버리지 ETF는 일반적으로 단기투자 상품으로 분류된다. 한화자산운용은 투자자들에게 “적립식 매수와 장기 보유, 대출을 이용한 추가 레버리지는 권장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보내기도 했다. 애초 단기매매를 전제로 설계된 상품인데도 투자자 상당수는 주가가 급락하자 손절하지 못한 채 보유 기간을 늘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평균 보유 기간은 15~20일이다. 출시된 지 채 40일이 안 된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업황을 믿고 버티는 투자자가 적잖다고 해석할 수 있다.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아직 반도체 사이클은 끝나지 않았다” “빠지면 추가 매수해야 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문제는 장기 보유할수록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표 참조). 기초자산,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의 일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다 보니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고 등락을 반복하면 손실이 누적되는 ‘음의 복리효과’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손실 폭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럼에도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심은 식지 않고 있다. 7월 7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앞두고 최근 일주일간 자금 유입 상위 5개 ETF 가운데 3개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였다. 특히 금융자산이 적을수록 레버리지 ETF 투자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7월 7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투자자를 자산 규모별로 분석한 결과, 금융자산 3000만 원 미만 투자자는 자신의 금융자산 가운데 23%를 해당 상품에 투자했다. 반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자산가의 투자 비중은 9%에 그쳤다.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역시 금융자산 3000만 원 미만 투자자는 해당 상품에 금융자산 18%를 투자했다.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정치권에서는 퇴출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삼전닉스’ 레버리지는 정책적으로 완전히 실패했다”며 “증시 정상화를 위해 상장폐지를 포함한 강력한 교정 방안이 필요하다”는 글을 7월 6일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7월 7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 시점에서 여러 가지가 우려되는 만큼 시장을 안정화화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47호에 실렸습니다》윤채원 기자 yc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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