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현재 13개 시도에 지방 의료원 35곳이 있다. 지역책임 의료기관 역할을 해야 하는 이들 대부분은 의료진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당수 진료과목이 전문의가 홀로 진료하는 단수 진료과로 운영된다. 입원 환자를 보기 어렵고, 간호 인력도 부족해 병동을 운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증 환자 진료 역량을 보여주는 전문진료 질병군 환자와 수술 비중 역시 전체 종합병원과 비교하면 낮다. 특히 응급·중환자 분야 의료서비스 질 저하는 공공병원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병원의 질적·양적 역량 확충 노력이 지금보다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이에 네 가지 정책제언을 제시한다.
첫째,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공공병원이 진료 포괄성과 중증 진료 역량을 갖추려면 일정 규모가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 지방의료원 평균 병상 수는 270개 정도로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이 68.6%를 차지한다. 500병상 이상인 종합병원은 3곳에 불과하다. 이는 인프라 구축 관련 제도 개선과 충분한 재원 확보가 시급함을 의미한다.둘째, 한정된 의료인력 문제 개선을 위해 단기적으로 급여 인상, 은퇴 연령 상향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 수요가 적은 소아 및 산부인과 의사의 겸직 지원 등 의료진 처우 개선 방안도 검토해 인력 유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지방의료원과 지역 의료기관이 의료인력을 공유하는 모델을 개발해 시범사업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어디서든 제때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 과정에서 공공병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 의료자원과의 효율적 연계와 협력을 지원하는 국가 단위 디지털 전환 및 관련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심뇌혈관, 중환자, 응급 분야 등 다양한 네트워크 사업을 통합하는 패키지 정책 개발과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공공병원이 ‘시설과 진료역량이 부족한 병원’이라는 고착화된 인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의료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지속해서 알리고, 국민의 공공병원 이용 경험을 넓히는 정책적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정책연구센터 조사(2024년) 결과에 따르면 의정 갈등 이후 ‘의료 제공의 상시성’ ‘필수 의료 접근 향상’ ‘지역 내 의료기관 간 연계 협력 강화’ ‘첨단기술을 활용한 의료 제공 방식 혁신’ 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국민이 기존 의료시스템에 혁신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공의료는 국민 건강과 사회 안전망을 지키는 필수 인프라다. 우리의 삶과 건강을 지키는 공동체 약속이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의 관심과 지지로 이 약속을 실현할 때이다.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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