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100대 명산 도전…사람들이 제가 더 젊어졌대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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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전 씨가 설악산 대청봉을 맨발로 올랐다. 박필전 씨 제공.

박필전 씨가 설악산 대청봉을 맨발로 올랐다. 박필전 씨 제공.
“정신적으로 힘들 때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대한민국 100대 명산이란 책을 봤어요. 그때 ‘바로 이것이다’는 생각이 들었죠. 100대 명산을 알고는 있었지만 오를 생각은 안 했거든요. 당시 맨발로 마라톤을 완주했고, 산도 타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목표로 100대 명산을 맨발로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환골탈태하는 마음으로 산을 타자고 마음먹었죠. 힘든 일이 있을 땐 목표를 정해놓고 정진하면 잘 견딜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거든요.”

박필전 씨가 지난해 11월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 2023년 5월부터 대한민국 100대 명산 도전한 뒤 중복해 100번째 등정이었다. 지금까지 명산 83봉을 완등했고, 총 125회 올랐다. 박필전 씨 제공.

박필전 씨가 지난해 11월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 2023년 5월부터 대한민국 100대 명산 도전한 뒤 중복해 100번째 등정이었다. 지금까지 명산 83봉을 완등했고, 총 125회 올랐다. 박필전 씨 제공.

박필전 씨(68)는 2023년 사업상 큰 어려움을 겪으며 개인적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2000년부터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완주했고, 산도 달렸다. 사업을 하며 여러 차례 실패하면서도 마라톤을 완주한 정신으로 번번이 재기한 온 그로선 새로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래서 맨발로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오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3년 5월 시작해 장마철과 겨울 약 4개월 빼고 1년 3개월 만에 명산을 중복해서 100회 올랐다. 중복하지 않으면 명산 83봉 완등. 지금까지 125차례 명산을 올랐다. 박 씨는 “주로 주말에 산을 타는데 일정상 멀리 못 가게 되면 가까운 산에 올랐다. 집(서울 서초구 방배동) 근처 관악산만 8번 올랐다”고 했다. 100번째 맨발 등정은 지난해 11월 지리산에서 했다. 그는 “대한민국 산중 지리산이 가장 좋다.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산세가 아주 깊다. 맑은 계곡과 울창한 숲은 마치 어머니 품속 같다”고 했다. 6월 5일엔 다시 지리산을 오른다.

사실 맨발 산행은 2006년 처음 했다. 그는 “언젠가 등산하다 신발을 벗었는데 너무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2006년 5월 울릉도 성인봉을 맨발로 올랐다. 그게 내 인생의 첫 맨발 100대 명산 완등이었다. 그때부터 산을 맨발로 달렸다. 하지만 맨발로 마라톤을 완주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2016년 처음 맨발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는 “맨발로 아스팔트를 달릴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달린다 맨발로(백우진 저)’ 등 각종 책에서 아스팔트를 뛰어도 된다고 해서 달렸다”고 했다. 그동안 마라톤 풀코스를 47회 완주했는데, 세 번을 맨발로 달렸다. 맨발 최고 기록은 4시간 52분이다.

2018년부터 맨발로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대회에도 출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발바닥이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안 아프다. 맨발로 달리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뾰족한 곳을 피하기 위해서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양이처럼 사뿐사뿐 달린다. 그러다 보니 운동량도 더 많다. 관절에도 무리가 없다”고 했다.

2000년 마라톤에 입문했을 때 박필전 씨 달리는 모습. 박필전 씨 제공.

2000년 마라톤에 입문했을 때 박필전 씨 달리는 모습. 박필전 씨 제공.
마라톤엔 2000년 입문했다. “2000년 3월 동아마라톤에 무작정 출전했어요. 훈련이 안 된 상태에서 남들도 다 하기에 무작정 풀코스에 참가해 뛰었죠. 무리한 선택이었죠. 한 번도 제대로 달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생했어요. 25km에서 포기하고 3일을 앓아누웠어요. 그런데 육체적 고통은 엄청났지만 마음만은 평온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한마디로 마라톤에 미쳐 살았죠. 그때 알았어요. 인도 신비주의자들에겐 마라톤 명상이라는 게 있었어요. 육체적 고통을 수반한 수련해야만 마음이 더 편해진다는 겁니다.”박 씨는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사회생활 하다 뒤늦게 고려대 철학과에 들어갔다. 그는 “달리면서 도를 닦는다”고 표현한다. “마라톤은 수련의 하나였죠. 산에 들어가 도를 닦기도 했고 명상에 빠져보기도 했지만 마라톤 만큼 심신을 ‘해탈’에 이르게 하는 게 없었어요. 마라톤하면서 명상하는 기분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지금은 맨발 등산으로 도 닦고 있습니다.”

박필전 씨가 2017년 경주국제마라톤에서 맨발로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한 뒤 포즈를 취했다. 박필전 씨 제공.

박필전 씨가 2017년 경주국제마라톤에서 맨발로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한 뒤 포즈를 취했다. 박필전 씨 제공.
박 씨가 맨발로 산을 본격적으로 오른 뒤 몸이 또 달라졌다. 그는 “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외모가 달라졌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는데 피부가 좋다. 피곤함도 덜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젊어졌다고 한다. 진짜 10년은 더 젊어진 기분이다”며 웃었다. 맨발 맨땅 걷기는 접지(Earthing) 및 지압(Reflexology) 효과 등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접지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다.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우리 몸에 3~6볼트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땅과 맨발로 만나는 순간 0볼트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된다.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Oxygen Free Radical)가 빠져나간다. 맨발 걷기 접지의 항산화효과다. 활성산소는 양전하를 띤 상태에서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다. 몸속을 돌아다니며 전압을 올린다. 원래 활성산소는 몸의 곪거나 상처 난 곳을 치유하라고 몸 자체에서 보내는 방위군이다. 그러한 상처를 공격하여 치유하고 나면 활성산소는 맨발과 맨땅의 접지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몸의 멀쩡한 세포를 공격해 악성 세포로 바뀌게 한다. 우리 몸에 암이나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성인병이 발생하는 이유가 활성산소의 역기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필전 씨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리풀공원을 즐거운 표정으로 맨발로 걷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박필전 씨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리풀공원을 즐거운 표정으로 맨발로 걷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0년 미국의 전기기술자인 클린트 오버가 접지 원리를 발표했고, 심장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 등 의사들과 공동작업해 그 치유 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 결과를 ‘접지(Earthing)’라는 책으로 엮었다. 2013년 미국 ‘대체 및 보완의학학회지‘에 발표된 접지는 ‘혈액의 점성을 낮춰준다(스티븐 시나트라 등)’는 논문에 따르면 끈적끈적한 점성이 있는 혈액이 맨발 걷기 40분 뒤 깨끗해졌다. 또한 적혈구 제타전위(Zeta Potential·표면 세포간 밀어내는 힘)를 평균 2.7배 높여줘 혈류 속도가 2.7배로 빨라졌다.

지압은 고대 중국과 이집트 등지에서 사용했고 1913년 윌리엄 피츠제럴드 박사가 몸의 특정 부위에 압력을 가하면 연관 부위에 마취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피츠제럴드 박사는 신체의 각 부위를 10개의 동등한 수직 구역으로 구분하고 한 부위에 압력을 가하면 해당 부위의 모든 신체기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존 세러피’라는 이름으로 학계에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놓여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 다양한 물질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상호마찰하고, 땅과 그 위에 놓인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준다. 자연 지압인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맨발 걷기를 권장하고 있다.

박필전 씨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리풀공원 벤치에서 맨발을 보여주고 있다. 2년간 100대 명산을 중복해 125회 올랐지만 발엔 상처 하나 없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박필전 씨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리풀공원 벤치에서 맨발을 보여주고 있다. 2년간 100대 명산을 중복해 125회 올랐지만 발엔 상처 하나 없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박 씨는 맨발 등산으로 마음의 여유도 찾았다. 그는 “잘 몰랐는데 다른 사람들이 편안해졌다고 말한다. 내가 맨발로 산에 오르며 더 행복해졌다고 생각하니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족탈주(足脫走) 쾌변숙면(快便熟眠).’ 맨발로 달리면 배변도 잘되고 잠도 잘 온단다.

“진화생물학적으로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맨발로 달렸어요. 최근 들어서야 신발이라는 것을 신고 달렸죠. 맨발로 달리면 앞꿈치로 착지합니다. 발을 ‘제2의 심장’이라고 하잖아요. 발은 우리 몸에서 가장 멀리 있어요. 게다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 동안 발은 우리 몸에서 가장 낮은 곳에 머물죠. 발에 공급된 피가 종아리로 허벅다리로 올라오려면 중력을 떨쳐야 합니다. 맨발 앞 착지는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는 반대편(정맥) 혈액 순환을 촉진함으로써 심장박동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맨발 달리기가 인간에게 좋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무엇보다 ‘맨발의 아베베’로 알려진 에티오피아의 마라토너 아베베 비킬라는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맨발로 마라톤 풀코스에서 우승했고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신발을 신고 올림픽 마라톤 2연패를 이뤘다. 인간이 맨발로 달려도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박 씨는 “겨울하고, 비 올 땐 맨발로 산에 오르면 위험하다. 추위는 발에 악영향을 주고, 젖은 산은 미끄러워 발바닥을 다친다”고 했다.

박필전 씨가 맨발로 산에 올라 만세를 부르고 있다. 박필전 씨 제공.

박필전 씨가 맨발로 산에 올라 만세를 부르고 있다. 박필전 씨 제공.
박 씨는 맨발로 산에 오르기 위해 체계적으로 운동하고 있다. 화·목요일 새벽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리풀공원에서 맨발로 10km를 달린다. 월·수·금요일엔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운동을 2~3시간 한다. 그리고 2분 전력 질주, 1분 조깅을 7~8회 반복하는 인터벌 훈련을 주 2회 한다. 주말엔 맨발로 산을 오른다. 그는 “이제 30년 젊게, 30년 오래 사는 게 목표”라며 “하루 3만보를 걷고 달리는 등 매일 3시간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박 씨가 맨발로 산을 오른다는 소식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처음엔 ‘뭔 다큐멘터리’라고 했지만 산을 오르며 고민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한국의 산을 타려고 매년 7~8만 명이 온다는데 말에 한국 산을 홍보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맨발로 대한민국의 명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 전 세계 산악인들이 신기해하며 관심을 가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필전 씨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리풀공원을 맨발로 달리고 있다. 2006년부터 맨발로 산을 달린 그는 2년 전부터는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맨발로 오르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박필전 씨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리풀공원을 맨발로 달리고 있다. 2006년부터 맨발로 산을 달린 그는 2년 전부터는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맨발로 오르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대한민국처럼 쉽게 산을 오를 수 있는 나라가 없어요. 아침에 전철 타고 북한산 관악산 청계산 오른 뒤 내려와서 서울 명동에서 쇼핑하고, 광장시장 같은 곳에서 다양한 음식에 술 한잔할 수 있는 곳….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죠. 한국은 대부분 산이 도시 가까이 있어요. 외국인들이 한국의 산을 찾는 이유라고 합니다. K-푸드, K-팝도 있는데 K-마운틴도 만들어야죠. 한 300만 명 오면 한국 경제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박 씨는 8월부터 맨발로 100대 명산에 오르는 모습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박 씨는 이젠 마라톤 풀코스를 맨발로 달리진 않을 계획이다. 너무 힘들다. 그는 “하프코스를 맨발로 10회 달렸는데 딱 맞았다. 향후 하프코스 100회를 완주할 것”이라고 했다. 6월 14일 마라톤 하프코스에 출전한다.

박 씨는 인터뷰 말미에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건강 하려면 아이처럼 움직이는 게 중요합니다. 늙는다는 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다음에 행복 하려면 아이처럼 웃어야 합니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 가면 어르신들이 하루 종일 앉아 있어요. 얼굴에 웃음도 없어요. 아이들을 보세요. 하루 종일 웃으면서 움직입니다. 그래서 건강합니다. 밝게 웃으며 운동합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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