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 중 한 해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넘게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인류가 정한 '한계'를 넘을 가능성이 처음으로 제시된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런 내용의 '전 지구 1~10년 기후 업데이트(GADCU) 보고서'를 28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WMO 기후예측선도센터인 영국 기상청이 주도해 매년 작성한다.
올해는 한국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등 세계 14개 기관 전망이 활용됐다. 여러 기후예측모델 전망치를 통합해 신뢰성을 높이는 '앙상블 예측' 방식이 사용됐는데 예측에 반영된 전망(앙상블 멤버)은 총 220개로 작년(190개)보다 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9년까지 5년 중 적어도 한 해는 전 지구 평균 지표 부근(지표에서 약 1.2∼2m 높이) 기온이 연평균으로 산업화(1850∼1900년)보다 2도 넘게 높을 확률이 1% 수준으로 희박하지만 존재했다. 연평균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넘게 높을 가능성이 제시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국 기상청은 설명했다.
앞서 세계는 파리협정을 통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묶는 것이 '목표'라면 2도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와 2도의 차이는 0.5라는 수치 이상이다. 단적으로 지구 온도 상승 폭이 2도일름 때 예상되는 해수면 상승 폭은 0.30∼0.93m로 1.5도일 때(0.26∼0.77m)보다 10㎝ 이상 높다. 이에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면 1000만명 이상이 해수면 상승 위험에서 벗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보고서에서 2025∼2029년 5년 중 한 해라도 연평균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넘게 높을 확률은 86%, '기록상 가장 더웠던 해'가 경신될 확률은 80%로 제시됐다.
현재 기록상 가장 더웠던 해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5±0.13도 높았던 2024년이다. 구체적으로 2025∼2029년 매년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2∼1.9도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 2025∼2029년 5년 평균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초과해서 높을 확률은 70%로 나타났다.
파리협정상 1.5도와 2도는 '장기 온도 목표'이다. 어느 한 해 연평균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나 2도 넘게 높았다고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WMO도 이번 보고서에서 2015∼2034년 평균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 배럿 WMO 사무총장은 "최근 10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10년이었다"면서 "이번 보고서는 향후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배럿 사무총장은 "이는 지구와 생태계, 일상,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진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