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번역가 없인 한강 노벨상도 없어…K컬처 뒷받침 할 '번역 인재'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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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아카데미→번역대학원대학교 전환 추진
문학·문화콘텐츠 중심 커리큘럼
설립계획서 제출…2027년 개교 목표
"AI도 못하는 섬세한 깊이 옮겨
문학시장 선도할 전문가 양성"

  • 등록 2026-04-28 오후 6:53:42

    수정 2026-04-28 오후 7:38:34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문학 번역은 인공지능(AI)이 수행하는 단순한 기계적 언어 전환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고 정서적 소통을 이끌어내는 고차원의 작업입니다.”

도종환(72)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8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남대문에서 열린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훌륭한 번역가가 없었다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같은 문학적 성취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문학과 문화예술에 전문성을 갖춘 번역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이 본격 추진된다. 한국문학번역원 산하의 번역아카데미를 석사과정인 번역대학원대학교로 전환하는 것으로, 오는 2027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설립추진위는 시인이자 전 문체부 장관인 도종환을 비롯해 시인 문정희·나태주, 소설가 황석영·은희경, 박은관 시몬느 회장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도 전 장관은 “문학 번역은 수용 언어의 감수성과 표현 방식을 얼마나 정교하게 담아내느냐가 핵심”이라며 “일시적 유행에 그치는 한류를 넘어 한국문학을 통해 깊이 스며드는 한류로 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전문 번역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28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에서 열린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 기자간담회에서 설립추진위원인 도종환 전 문체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K컬처의 글로벌 확산으로 한국문학 번역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고급 번역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문학 번역은 작품의 맥락과 정서를 살려 쓰는 ‘재창작’에 가까워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등 다수의 작품을 번역한 윤선미 문학번역가는 “AI 번역기를 문학 작품에 적용하면 은유적 표현이나 숨은 의도까지는 제대로 옮겨내지 못한다”면서 “속도를 20~30% 정도 높여주는 보조 도구일 뿐, 초벌 번역 수준에 그쳐 수정과 보완에 더 많은 시간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학이 지닌 섬세한 깊이를 이해하고 옮기는 일은 결국 인간 번역가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부터 운영된 번역아카데미는 2년 과정을 이수해도 학위가 부여되지 않아 전문 경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비학위 체계로 인해 우수 교수진과 학생 유치, 국내외 대학 및 기관과의 협력에도 제약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현행 통번역대학원은 해외 출판사·문학 에이전시·콘텐츠 제작사 등과의 연계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 사이 해외에서는 한국문학 번역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한국문학번역원의 해외출판사 번역출판 지원사업 접수 건수는 2022년 208건에서 2025년 382건으로 3년새 83.7% 증가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번역원은 번역부터 출판·유통까지 연결되는 교육 모델을 구축하고, AI로 대체할 수 없는 ‘K컬처와 세계를 잇는 문화 기획자’를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새로 설립되는 번역대학원대학교는 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 등 7개 언어 전공 석사과정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연간 입학 정원은 내국인 30명과 외국인 30명 등 총 60명 규모다. 기존 통번역대학원과 달리 문학·문화콘텐츠 번역 중심의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번역 방향도 ‘외국어→한국어’가 아닌 ‘한국어→외국어’에 초점을 둔 점이 차별화 요소다.

현재 교육부에 설립계획서를 제출하고, 재정 확보를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번역대학원 설립을 통해 디지털 전환 시대에 세계 문학시장을 선도할 최고 수준의 번역 전문가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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