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아니야?”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 갤러리에 걸린 모린 갈라스(66·사진)의 그림을 처음 마주한 관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곤 한다. 손바닥 두 개 정도에 불과한 그림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감상이 달라진다. 화면을 거의 덮을 만큼 큰 붓자국 덕분에 한 번의 붓질이 하늘과 바다, 집이 된다. 그 사실을 눈앞에서 느끼는 순간, 엽서 같던 그림은 갑자기 넓어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글래드스톤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갈라스는 미국 뉴욕대(NYU)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30년 넘게 풍경화를 그려온 화가다. 2017년 뉴욕현대미술관(MoMA) PS1에서 회고전을 열었고, 시카고미술관과 휘트니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풍경화가다.
갈라스의 그림들은 주제가 비슷하다.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방의 집, 해안, 꽃 등이 반복된다. 구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비평가들은 갈라스를 평생 비슷한 주제를 그렸던 폴 세잔(1839~1906), 조르조 모란디(1890~1964) 같은 화가들과 비교하곤 한다.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갈라스는 “같은 주제라도 새롭게 그릴 것들은 늘 남아있다”며 “대상에 생명을 불어넣을때까지, 끝장을 낼 때까지 그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갈라스는 사진을 토대로 작품을 구상한다. 실제 사진과 똑같이 그리는 건 아니다. 그는 “에드워드 호퍼가 뉴욕 풍경을 그릴 때 실제 모습과 다르게 그렸던 것처럼, 마음에 드는 비례와 느낌으로 고쳐 그린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그리는 집은 현실과 미묘하게 다르다. 갈라스의 집 그림에는 사람이나 가구가 없고, 문이나 창문조차 없을 때도 있다. 비평가들은 이 빈 집에서 미국 사회의 불안, 소속감의 상실 같은 것을 읽어낸다. 갈라스는 “내 불안이나 트라우마를 그리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해석은 보는 사람의 자유”라며 “관객들이 느끼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작지만 붓질은 크다. 갈라스는 물감이 마르기 전 젖은 표면 위에 계속해서 덧칠하는 기법으로 그림을 완성한다. 그는 “그림을 더 크게 그려달라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내 그림은 작을 때 더 아름답다”며 “최근 들어 그림 크기가 더 작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두 공간으로 나뉜다. 1층에는 패널 위 유화물감으로 그린 그림이, 지하에는 종이에 아크릴로 그린 그림이 나와있다. 아크릴은 유화물감보다 투명하고 평면적이어서 같은 풍경도 훨씬 추상적으로 보인다.
갈라스는 한국 관객들에게 “이 그림들을 특정 장소가 아닌 하나의 그림으로서 만나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뉴잉글랜드에 가본 적 없는 한국 관객이라도, 물감이 만들어내는 빛과 질감 그 자체를 즐겨달라는 뜻이다. 전시는 5월 16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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