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오페라는 역시 '돈 조반니'" 증명한 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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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공연 장면 /ⓒShinji Hosono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공연 장면 /ⓒShinji Hosono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가 지난 24일 일본 도쿄 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다. ‘2026 도쿄 스프링 페스티벌’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올해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이벤트 가운데 무티의 ‘돈 조반니’는 그 중 가장 주목받는 대표작으로 꼽혔다.

이번 공연은 유럽에서 완성된 프로덕션을 그대로 도쿄에 가져온 것이다. 키아라 무티가 연출한 이 작품은 토리노 왕립극장과 팔레르모 마시모 극장의 공동 제작으로, 2022년 토리노 초연 당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리카르도 무티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무대였다. ‘돈 조반니’를 직접 이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주는 서곡부터 음악의 밀도가 높았다. 무티는 속도를 몰아붙이는 대신 소리를 차분하게 정리하며 시작했다. 모든 성부가 또렷하게 분리되어 들렸고, 같은 프레이즈에서도 순간마다 뉘앙스가 달라졌다. 어둠과 긴장, 밝은 움직임이 교차하는 서곡의 특성이 자연스럽게 살아났다.

서곡의 흐름은 작품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무티는 무리하게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보단 마지막 장면까지 차곡차곡 긴장감을 쌓아갔다. 무티의 이런 강점은 유명한 이중창 ‘그 손을 내게 주오(La ci darem la mano)’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돈 조반니와 돈나 안나의 노래에 매순간 미세한 대비를 주어 각각 캐릭터를 뚜렷하게 구축했다. 지극히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도 두 사람 간 미묘한 긴장감이 남았다.

1막 피날레 등 여러 인물이 동시에 얽히는 복잡한 장면에서도 음악은 명확하게 들렸다. 무티는 성부 간 균형을 완벽하게 보여줬고, 성악가들은 하나의 악기처럼 호흡을 맞추며 모차르트가 설계한 음악적 구조를 완벽히 구현했다. 인물마다 각기 다른 음악적 성격을 부여한 모차르트의 의도가 고스란히 살아났다. ‘돈 조반니’가 왜 모차르트 오페라 중 최고로 꼽히는지 무대 위에서 직접 증명해 보인 순간이었다.

기사장과 다시 만나는 막바지 장면에서는 공연 내내 쌓아온 갈등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작품 초반부에서 기사장이 살해되지 않고 그림자로만 등장하는 연출은 장면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무티의 완벽한 음악 설계는 지옥 같은 분위기를 한층 더 생생하게 보여줬다. 돈 조반니가 최후를 맞는 순간, 음악의 다이나믹과 진폭은 정점에 달했다.

이날 공연의 숨은 주역은 ‘하루사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였다. 페스티벌을 위해 별도로 구성된 이 단체는 일본 주요 악단의 수석·차석 연주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해에 걸쳐 함께한 만큼, 지휘자의 의도는 자연스럽게 음악 속에 스며들었다.

도쿄=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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