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으로 채우는 나다운 공간[정성갑의 공간의 재발견]

14 hours ago 5

테이블 매트 등 직접 만든 작품으로 채워 넣은 이슬기 작가의 식탁과 작업실. 정성갑 대표 제공

테이블 매트 등 직접 만든 작품으로 채워 넣은 이슬기 작가의 식탁과 작업실. 정성갑 대표 제공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
건축가가 지은 집을 주제로 책을 내고 유튜브 ‘행가집’을 진행하며 매달 여러 집을 경험한다. 어떤 공간은 재미있고, 또 어떤 공간은 조금 아쉽다. 그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명확하다. 그곳에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지! 오랫동안 애지중지하며 어렵게 돈을 모아 산 물건들을 이야기할 때 주인의 눈은 아이처럼 반짝인다. 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 매력적이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최근 이슬기 작가의 작업실에 다녀와 또 한 번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경험을 했다. 알파벳과 한글을 활용한 텍스트 아트와 가죽과 한지를 결합한 셰이커박스(인테리어 소품 효과를 내는 수납함)를 선보이는 그의 작업실은 취향과 개성으로 가득했다.

식탁으로 꾸민 둥근 테이블을 보며 그가 말했다. “테이블은 앤트레디션이라는 코펜하겐 브랜드 제품이에요. 두 달 동안 매장에 여러 번 가서 전시품을 구매했지요. 당연히 할인도 받고요. 귀여운 생김새의 이 의자는 독일 브랜드 ‘와일드 스피스(Wilde+Spieth)’에서 만든 SBG 41 모델이에요. 좌판과 등받이 모두 둥근 모양인데, 등받이에는 두 개의 구멍이 있어 마치 테이블 아래서 식탁을 올려다보는 아이의 눈망울 같죠. 이 브랜드는 음악가와 오케스트라 단원을 위한 의자로 유명해요. 뉴욕 유학 시절 카네기홀에 공연을 보러 갔다가 무대 위 의자를 보고 기억해 뒀지요. 시리즈별로 다 모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팔걸이가 있는 모델을 시작으로 마침내 6개를 구비했어요. 2년에 걸쳐 ‘당근’에서 하나씩 구매했습니다.(웃음)” 외국에 ‘개라지 세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이 있다.

식탁의 화룡점정은 그가 직접 만든 작품들이었다. 이날 식탁에는 총 3개의 매트가 올라왔다. 중앙에 놓인 커다란 센터 러너와 와인잔과 물잔, 젓가락을 올려놓는 용도로 세 개의 동그라미를 이은 매트는 코바늘 뜨기로 만들었다. 천연염색한 옥사 테두리에 명주사로 일일이 유리구슬을 꿰맨 보들보들한 매트도 그의 작품이다. 음식은 올가을 파리 ‘메종오브제’에 출품할 셰이커박스에 담겨 나왔다. 작가의 기물에 담긴 음식은 먹거리이면서 예술이었다. 눈과 입이 두 배로 즐거웠다.

작가는 얼마 전 한 건물에 여러 개의 방이 들어선 획일화된 공간에서 벗어나 통창 너머로 가로수길과 노을 지는 여의도가 펼쳐지는 곳으로 이사 왔다. 그는 마치 동네 전체가 자신의 공간처럼 느껴져 좋다고 했다. 한강공원을 따라 자전거로 출퇴근하다 보면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또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지’ 무심코 흘려버리기 쉬운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고.

그날의 식탁에서는 그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왔다. 음식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차림새는 또 중요해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으면 직접 만들거나 개조한다고 했다. 눈에 거슬리는 것 하나 없이 공간을 나답게 꾸미는 것이 늘 중요하단다. 어머니는 바늘과 실로 이것저것 만들기 좋아하는 딸을 보며 “꼼냥꼼냥하지 말고 이왕이면 대작을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작업실은 작가의 우주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으면 공간은 절로 사랑스러워진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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