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한상준]‘먹튀 탈당’ ‘상임위 폐지’ 국회보다 더한 기초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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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사회부장

한상준 사회부장
이번 6·3 지방선거에 참여한 21만여 명의 인천 연수구 유권자들은 절묘한 선택을 했다. 14명을 뽑는 연수구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똑같이 7석을 나눠 준 것.

하지만 견제와 협치를 택한 연수구민들의 표심은 연수구의회에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한지혜 구의원은 “주요 논의와 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며 3일 임기 시작 사흘 만에 탈당하고 무소속을 택했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이 된 한 구의원을 향해 “먹튀 탈당”이라고 반발했지만 결국 다수당이 국민의힘으로 바뀌었고, 국민의힘은 구의회 의장과 부의장을 모두 차지했다.

시군구의회, 임기 시작부터 파열음

민선 9기 지방의회가 임기를 시작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이처럼 유권자들의 표심과 동떨어진 행태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건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점인 시군구의회다.

대구 달성군의회에서는 멀쩡히 존재하던 상임위원회가 없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선거 결과 달성군의원은 국민의힘이 7석, 민주당이 5석을 차지했다. 의석 비율대로라면 3개 상임위 중 1곳이 민주당의 몫. 그러나 국민의힘 군의원들은 8일 민주당 군의원들이 불참한 본회의에서 상임위 폐지 조례안을 처리했다.

텃밭 지역에서 협치가 아닌 힘의 우위를 앞세우기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전북 전주시의회의 경우 36석 중 민주당이 26석을 차지했다. 조국혁신당, 진보당, 무소속 시의원 10명은 손을 잡고 교섭단체를 꾸렸지만 민주당은 5개 상임위원장과 부위원장 자리 모두를 독식했다.

물론 국회도 2년마다 상임위 배분을 놓고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는다. 2020년 민주당의 경우처럼 상대 교섭단체를 무시하고 국회 18개 상임위를 독식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여야 갈등이 심하다 해도 상임위를 아예 없애버리거나, 탈당하고 곧바로 상임위원장 자리에 앉는 경우는 없었다. 국회를 보고 배운 기초의회가 국회보다 더 한 셈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보다 보면 언뜻 ‘아예 기초의회를 없애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초의회가 사라지면 웃을 사람은 시장, 군수, 구청장 등 기초자치단체장뿐이다. 국회와 정부의 관계처럼 기초의회는 기초단체장을 견제하고 권력의 남용을 막는다. 만약 기초의회가 없다면 기초단체장들은 본인 마음대로 예산을 짜서 집행하고, 시군구의 법이나 마찬가지인 조례를 제멋대로 뜯어고치게 될 것이다.

시군구의원도 정당 공천을 해야 하나

그렇다면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질 때는 기초의원의 경우 정당 공천이 없었다. 기초의원 정당 공천은 2006년에 시작됐고, 이후 20년 동안 거대 양당 구도는 국회를 넘어 지방의회에서도 고착화됐다. 지역 유권자들의 목소리보다는 중앙당의 논리가 우선시됐고, 기초의원들이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보는 경향은 더 심화됐다. 10석 남짓한 기초의회의 경우 군의원, 구의원 1명의 선택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완전히 무시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2012년 대선 때부터 이런 문제를 깨닫고 기초의원 정당 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았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선뜻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사이 도입 20년이 된 기초의원 정당 공천은 그 폐혜가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4년 후에는 유권자의 뜻에 따라 행동하는 기초의회를 만들기 위한 논의와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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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사회부장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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