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지역의료 현장의 상황은 참담하다. 충남을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보건소장이나 보건지소장 등 필수의료 의사를 구하기 위해 ‘연봉 3억∼4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도 지원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의사들의 몸값 올리기’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의사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열악한 정주 여건과 자녀 교육 환경, 혼자 고립돼 밤낮없이 응급환자를 ‘독박 진료’해야 하는 심리적·육체적 중압감에 있다. 연봉이 높을수록 주 6일 이상 근무, 야간 당직, 응급 상황 대기 등 책임이 커진다. 대체 인력이 없으니 발생하는 환자나 업무를 회피할 수도 없다. 이는 ‘돈’이라는 일시적 보상만으로는 무너진 지방의료 인프라의 구멍을 메울 수 없다는 방증이다.
이런 지방의료 공백을 메울 현실적인 대안으로 대학병원 등에서 수십 년간 풍부한 임상 경험을 쌓고 은퇴한 ‘시니어 의사(퇴직 의사)’가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면허 보유 의사의 20%가량은 65세 이상 시니어 의사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역시 시니어 의사를 지역 공공의료기관과 연결하는 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시니어 의사들을 지역 보건소로 끌어들이려면 단순히 ‘고액 연봉’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생애 주기에 따른 ‘맞춤형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연금이다. 현재 은퇴 의사들이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에 취업해 일정 금액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기존에 받던 연금이 삭감되거나 정지된다. 지역의료 취약지에 근무하는 시니어 의사에겐 ‘연금 100% 보전’ 특례를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또 높은 연봉 대신 지역에서 안정적이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이나 타운하우스 형태의 주거 공간을 보장해 주는 것이 은퇴 후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시니어 의사들에게 훨씬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현재 지방의 보건소, 보건지소는 관사가 13∼16㎡ 남짓으로 가족과 동반 이주하기에는 매우 협소하다. 지방의 특성상 전세 매물이 없고 주로 매매만 가능해 주거지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유류비, 전기요금 등을 의사 개인이 전액 부담하는 경우도 많다. 의료 취약지가 많은 지자체들은 재정 자립도도 열악해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전북 정읍시 고부보건지소장으로 근무하는 임경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시니어 의사 지원센터에서 주 5일 근무하면 매달 정부 지원금 1100만 원을 주지만 주 4일 일하면 지원금이 400만 원으로 대폭 삭감된다”며 “시간제 근무나 2인 1조 근무 등 유연한 근무 체계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젊은 공보의처럼 24시간 당직 체계에 묶어두는 대신 파트타임이나 주 3, 4일 진료 등 유연 근무제와 이에 맞는 연봉제를 도입해 체력적·재정적 부담을 덜어줘야 장기 근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보의 제도는 더 이상 지역의료 공백을 메우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군의관 확보조차 비상이 걸린 지금 수십 년간 다져진 시니어 의사들의 의료 노하우를 지방 보건소와 보건지소로 흘러들게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도 빠른 대안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라도 은퇴 의사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 무엇보다도 ‘연금 보장 제도화’와 ‘안정적인 주거 지원’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10 hours ago
4
![[사설]3년 반 만의 통화긴축 전환… 확장재정과 엇박자 안 나게](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7/16/134315479.1.png)
![[사설]유네스코 “사도광산 강제동원 알려라”… 역사 감춘 日에 경고](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7/16/134315477.1.jpg)
![[사설]“14세 미만 SNS 가입 제한”…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7/16/134315469.1.jpg)
![[횡설수설/장원재]‘네버 스킬링’](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7/16/134315095.2.jpg)
![[동아광장/박용]정부-투자자-노조에 포위된 ‘황금알 낳는 거위들’](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4/23/133803370.1.jpg)
![[오늘과 내일/한상준]‘먹튀 탈당’ ‘상임위 폐지’ 국회보다 더한 기초의회](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4/23/133803332.1.jpg)
![[광화문에서/강홍구]1001일 기다린 김주형… 인내의 무게 알아본 우즈](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5/05/09/131575879.1.jpg)
![[HBR 인사이트]당신을 리더로 남게 하는 역량, ‘파워 스킬’](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7/16/134313773.4.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