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만 되면 전 세계 음악인들과 클래식 애호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여드는 도시가 있다.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마저 “그곳의 사람들은 나를 (완전히) 이해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사랑한 도시, 체코 프라하다.
체코 민족주의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서거일인 5월 12일 시작해 6월 초까지 이어지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는 체코를 대표할 만한 예술적 유산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독일로부터 독립한 것을 기념해 창설된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과 더불어 유럽을 대표하는 명문 클래식 음악제로 꼽힌다.
마에스트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레너드 번스타인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예후디 메뉴인, 피아니스트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까지…. 이제는 별이 된 음악의 대가들이 수없이 방문했고, 지금은 다시 찾아볼 수 없는 명연을 탄생시킨 역사적인 축제라서다.
올해는 더욱 특별했다.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가 80주년을 맞은 해라서다. 29일(현지시간) 찾은 프라하의 봄 음악 축제 현장은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에서 건너온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체코를 대표하는 공연장 오베츠니 둠(시민회관), 루돌피눔을 중심으로 프라하 일대에서 축제가 펼쳐졌고, 오페라, 교향악, 실내악 등 장르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공연은 일찍이 매진을 기록했다.
국가적인 행사인 만큼 오프닝 콘서트에는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정·관·재계 인사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체코 필하모닉의 오프닝 콘서트는 루돌피눔 체츠 야외 공연장 앞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 때문에 까를교, 프라하 성, 바츨라프 광장, 블바타 강의 황홀한 야경을 배경 삼아 콘크리트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사람들이 마음껏 환호하며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영화 같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안드리스 넬슨스가 이끄는 보스턴 심포니,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시카고 심포니는 역사상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청중의 뜨거운 환호성을 불러냈고, 영국을 대표하는 악단인 런던 심포니는 명장 안토니오 파파노와 함께 20년 만에 귀환 공연을 열면서 클래식 팬들의 기립박수를 끌어냈다.
축제는 6월 초까지 계속된다. 오는 31일 성 아그네스 수도원에서 10대 청소년을 위한 공연인 '스프링 틴' 무대가 마련된다. 6월 2~3일(폐막 공연)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말러 교향곡 8번 ‘천인 교향곡’을 연주한다.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 무대로 세계적 거장 세묜 비치코프가 지휘봉을 들 예정이다.
프라하=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