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돌봄 공백 해소 위해
60세 이상 참여자 모집 나서
동작구, 40~69세 퇴직자 활용
초등 늘봄학교 안전관리 확충
서초·중구, 지역 특성 맞춰
법률사무소·호텔에서 일해
‘인생 3모작’이라는 개념이 대세가 되면서 서울 자치구들이 은퇴·퇴직 인력에 주목하고 있다. 돌봄·아이 안전 등과 같은 지역 내 현안 해결을 위해 시니어 인력을 활용하면 은퇴 인력의 재고용 문제까지 챙기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서울 강남구는 24일부터 60세 이상 구민을 대상으로 돌봄 참여자 125명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강남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강남구 아이돌봄서비스 대기 가구는 161가구이고, 평균 대기 기간은 83일에 달한다. 아이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공급이 쫒아가지 못하면서 지역 내 맞벌이 가정 등의 불편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강남구는 “60세 이상 액티브 시니어들을 활용해 지역 내 부족한 돌봄서비스 인력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며 “어르신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 달 근무를 마치면 최대 76만원의 급여를 받게 된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어르신들의 풍부한 경험을 활용해 지역사회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연계한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동작구는 지역 내 시니어들을 초등학교 안전 강화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40~69세의 동작구 거주 퇴직자들로 구성된 ‘초등 늘봄학교 안전지원단’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동작구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대전 초등학생 참사로 인해 안전지원단의 역할이 더 주목받고 있다”며 “안전지원단이 동작구 초등학교의 안전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안전지원단은 경력, 자격증, 교육 이수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한 전문인력으로 구성된다. 동작구는 다음달 4일 선발된 안전관리원을 관내 초등학교 늘봄교실 17곳에 배치할 계획이다.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신중년 일자리 인력을 활용해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 내 안전을 확보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2021년부터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전문성·경력을 갖춘 퇴직 신중년을 대상으로 돌봄, 학습보조, 사서 등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송파구 한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영어학습 동아리에 참여한 60대 교사 출신 A씨는 “과거 고등학교 교사 시절에는 배우기 싫어하는 학생이 많았지만 지금은 배움에 대한 열정이 큰 학생(주민)들이 대부분이라 더 큰 보람을 느낀다”며 “함께 학습하면서 저 역시 성장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피아노 지도사로 활동한 60대 B씨는 “나이가 들면서 피아노 학원을 떠나야 했는데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회가 생기면서 ‘쓰임새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행복했다”고 전했다.
자치구 주요 산업의 ‘핵심 도우미’로 은퇴·퇴직 인력이 활용되는 사례도 많다.
서초구는 서울의 핵심 법조타운이라는 특성에 맞춰 ‘서리풀 리걸 서포터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초구 측은 “서초구는 130여 개 법률기관이 있는 법조타운이고, 55세 이상 구민 중 78%가 대졸 이상 고학력자”라며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50플러스 세대에 새로운 인생 설계 기회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걸 서포터스 참여자는 기본적인 법률지식·전자소송 등 법률 사무 과정을 이수한 뒤 법무법인 인턴으로 취업하게 된다. 이들은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법무법인을 알리는 마케팅 활동, 고객 상담 등 업무를 담당한다. 사회 경험이 풍부한 데다 고객들에게 ‘동네 어르신’으로 다가갈 수 있어 업무 관련 대화를 풀어나가는 데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게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한 법무법인 대표는 “풍부한 경험·경력에 유연한 태도, 소통 능력까지 뒷받침되는 인력에게는 더 중요한 직책을 맡기기도 한다”고 했다.
관광산업이 핵심 산업인 중구는 지난해 10월 신중년을 대상으로 호텔종사자 양성에 나섰다.
호텔 취업을 원하는 40세 이상~65세 이하 60명을 대상(중구 주민 우선 선발)으로 이론 교육, 취업 면접 등을 지원한다. 선발된 이들은 객실 관리, 식음·연회 파트, 조리 보조 등의 역할을 맡는다.
김지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연구위원은 “요즘 은퇴·퇴직 세대들은 과거와 달리 기력을 갖췄고, 인적 네트워크가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인지 능력도 충분하다”며 “이들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