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비 내라 vs 직거래 할래…시작 전부터 갈등 된 '집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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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29 07:00 수정2025.04.29 07:00

임장비 내라 vs 직거래 할래 …시작 전부터 갈등 된 '집구경'

“집을 보겠다고 해서 기존 세입자와 어렵게 일정을 조율하고 허락까지 받아 열심히 안내했습니다. 그런데 다 둘러보고 나더니 공부하러 온 거라 말하더라고요. 하루를 허탕 친 입장에선 화가 날 수밖에 없죠.”(서울 송파구 A공인중개 대표)

공인중개사들이 임장(현장 방문)에 비용을 매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른바 ‘임장 크루’로 불리는 허위 고객에게 대항하겠단 취지다. 아파트 매물을 살펴보러 갈 때마다 돈을 내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집을 구해야 하는 매수자와 세입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30 사이에선 “이럴 바엔 차라리 직거래하겠다”고 선언하는 경우도 있어서 임장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임장비 도입 추진 논란

이른바 임장비 논란은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지난 23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임장 기본 보수제'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김 회장은 “공인중개사는 단순 안내자가 아니라 국민 재산을 다루는 전문 자격사”라며 “임장 과정에서의 노력과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가 추진 중인 임장 기본보수가 무조건 비용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임장 비용을 낸 소비자가 향후 해당 매물을 계약하게 되면 비용은 중개 수수료에서 차감되는 식이다. 실제 계약을 한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는 않는 셈이다.

임장비 내라 vs 직거래 할래 …시작 전부터 갈등 된 '집구경'

그런데도 협회가 임장 비용을 강조하게 된 것은 이른바 ‘임장 크루’로 불리는 2030 소비자의 문화 때문이다. 부동산 공부를 하겠다는 목적으로 실매물을 둘러보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공인중개사 사이에선 “젊은 손님은 일단 의심하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실수요자란 말에 전화로 약속을 잡았는데 현장에 10명이 찾아온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 대표는 “젊어 보이는 손님이 인테리어가 완료된 중형 아파트를 보겠다고 하면 일단 의심부터 드는 게 사실”이라며 “분명 집 구경만 하고 아파트 계약은 하지 않을 게 뻔하니 아예 처음부터 매물이 거둬졌다고 말한 적도 있다”라고 했다.

협회도 회원의 불만이 커지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임장 크루 문화란 말보단 영업 방해라는 표현이 현실에 더 맞는다”라며 “잘못된 임장 문화 때문에 비용은 커지고 실수요자의 피해만 커지는 상황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MZ는 “차라리 직거래”

현장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임장의 인기는 날로 커지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최근에도 유료 형식의 임장 교육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정 지역의 입지 분석을 시작으로 상권, 뒤풀이 등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일부는 공인중개사가 직접 매물을 소개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목적을 숨기고 공인중개사를 속여 임장을 진행하기도 한다.

다만, 이를 이용한 젊은 층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부동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현장 매물을 직접 확인하고 안목을 키울 수 있다는 반응이다.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가 받는 피해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임장비 내라 vs 직거래 할래 …시작 전부터 갈등 된 '집구경'

오히려 젊은 소비자 사이에선 전세사기 영향 등으로 공인중개사를 불신하는 경우가 많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한 전세 물건이 사기에 연루된 사례가 늘면서 처음부터 직거래를 선택하는 것이다. 임장 비용 논란에 대해서도 젊은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직거래하면 된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한 이용자는 “직거래하면 직접 사는 사람이 집을 소개해줘 믿음이 간다”라며 “확인해야 하는 부분은 어차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되니 공인중개사의 역할이 크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3년 동안 전국에서 거래된 부동산 직거래는 145만건으로 전체 부동산 거래(약 300만건) 중 절반 가까이가 직거래다. 대부분이 무등록 중개업자를 통한 비정상 거래지만, 최근엔 젊은 층의 직거래 비율도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오피스텔과 연립, 다세대주택의 직거래 비율은 전체 거래 대비 30% 수준까지 올라갔다.

전문가들은 높아지는 직거래 비중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각종 규제가 더해진 공인중개사와 달리 직거래는 여전히 전세사기 사각지대”라며 “임장 비용 논란으로 직거래 비중이 더 커지면 부작용도 심해질 수 있다”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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