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상주음악가 속속 발표
통영음악제 '임윤찬 효과' 매진
롯데콘서트홀은 최하영 선정해
첼로로 폭넓은 현대 음악 선사
금호아트홀엔 아레테 콰르텟
마포아트센터는 바리톤 박주성
새해 국내 클래식홀들이 다양한 장르의 차세대 연주자를 '상주 음악가'로 선정해 주목된다. 올해는 특히 클래식계 부동의 인기인 피아노 연주뿐 아니라 실내악, 성악, 현대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탐색하는 시도가 돋보인다.
상주 음악가란 그해 공연장, 축제, 오케스트라에서 실력이 뛰어난 예술가를 핵심 프로그램에 초청하는 일종의 '간판 모델' 역할이다. 1년간 적게는 2회, 많게는 4회 이상 독주, 협연 등 다양한 기획 무대를 주도하게 된다. 연주자로선 자기 음악 세계를 펼쳐 보일 기회를, 공연장은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색다른 무대를 꾸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어느 쪽도 관객에겐 이득이다.
먼저 금호아트홀은 현악 4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을 상주 음악가로 선정했다. 금호문화재단이 2013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온 이래 실내악단과 손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젊은 음악가를 지원·육성해오긴 했으나 매해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등 연주자 1인이었다.
4인조 아레테 콰르텟은 지난해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 2023년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2021년 프라하 봄 국제 음악 콩쿠르 등에서 잇달아 우승한 세계적 앙상블 팀이다. 올해 금호아트홀에선 1월 9일 신년 음악회를 시작으로 5월, 9월, 11월 총 네 차례의 기획공연을 "아레테만의 소리로 채우겠다"는 포부다. 1월엔 하이든의 '십자가 위 예수의 마지막 일곱 말씀'을 들려준다.
더하우스콘서트는 올해 상주 음악가 프로젝트 '아티스트 시리즈'로 네 차례의 무대에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와 함께 한다. 프랑스 리옹 국립음악원 최고 연주자 과정, 미국 신시내티 음대 석·박사 출신의 색소폰 솔리스트다. 더하우스 측은 "색소폰은 클래식 작품을 위해 제작됐지만 재즈나 대중음악에 사용되는 악기로 인식돼왔다"며 "다양한 클래식 색소폰 레퍼토리를 소개해 관객에게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월엔 드뷔시·글라주노프 등의 색소폰 협주곡, 6월엔 베토벤·라흐마니노프 등의 곡으로 피아노와 듀오 연주를 선보인다. 9월엔 피아노·바이올린·비올라와 색소폰의 4중주, 12월엔 즉흥 연주를 기획했다.
마포문화재단은 성악가를 올해의 M 아티스트로 택했다. 제도 도입 첫해 피아니스트 김도현, 지난해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에 이어 이번엔 바리톤 박주성이다. 재단 측은 "국내 공연장 상주 음악가로 성악가를 선정·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박주성은 2021년 한국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영아티스트로 발탁됐으며, 플라시도 도밍고 주최 '오페랄리아' 국제성악콩쿠르 3위 등 다수의 입상 기록을 가진 실력자다. 마포에선 4월과 12월 독주회, 8월 야외 콘서트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롯데콘서트홀의 2025년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활동할 첼리스트 최하영은 현대음악을 포함한 실험적 무대에 방점을 찍었다. 3월 첫 번째 프로그램은 17세기 도미니코 가브리엘의 고음악부터 현대음악 거장인 펜데레츠키(폴란드), 세나키스(그리스)까지 아우른다. 최하영은 앞선 기자 간담회에서 "첼로에서 이런 소리도 날 수 있구나 하는 무궁무진한 사운드를 들려드리고 싶다"며 "확장된 첼로 테크닉,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주법이 많이 나오는 곡들"이라고 소개했다. 이미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우승, 2024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 데뷔 등 성공적인 커리어를 써가고 있는 뚜렷한 개성, 고유한 내면을 드러내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편 통영국제음악제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와 현대음악 작곡가 한스 아브라함센을 발탁해 '상주 음악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임윤찬이 맡은 3월 28일 개막 공연과 30일 독주회가 일찌감치 매진됐다. 앞서 임윤찬은 통영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2019년 만 15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우승을 거둔 인연이 있다. 페란데스도 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2021년 오푸스 클래식상 수상 등을 거머쥔 세계적 첼리스트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