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박물관 ‘한류문화사전’ 발간
로제 ‘아파트’로 관심 높아진 K주거… “아파트, 韓 근대화의 독특한 산물”
온돌 같은 온수매트-식당 앞치마 등… 외국인 시선으로 특이한 문화 소개
“서울이 내다보이는 야경은 아름답지만, 화장실은 얼어붙을 듯 춥고 집 주변에선 하수구 냄새가 진동했다.”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옥탑방에 묵었던 외국인 관광객이 남긴 에어비앤비 후기다. 또 다른 후기에선 “경사가 짐을 끌고 오르기 힘들 정도다. 맞은편 집에서 당신이 보일지도 모른다”며 당혹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K드라마 주인공이 낭만적인 삶을 살던’ 옥탑방을 기대했거나 화려한 ‘루프톱 하우스’를 예상했다가 낭패를 본 기색이 역력하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 문화가 세계에 확산되면서 낳은 독특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한류문화사전’(이하 사전)을 발간한 이유 중엔 이런 오해를 막자는 의도도 담겼다. 표제어 443개를 선정했는데 한국 문화에 관심 깊은 외국인들이 다수 참여했다. 한국인인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지만, 타인의 시선에선 흥미로운 문화는 뭐가 있을까.
사전에서 옥탑방은 ‘날씨에 민감하고 범죄 예방과 화재에 취약한 구조임에도 도시 속 낭만을 누리는 주거지로 묘사된다’고 설명했다. 집필자로 참여한 정헌목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류학전공 교수는 “드라마 등 콘텐츠에 등장하는 옥탑방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서울의 야경을 누리는 듯한 ‘기분’을 제공하지만, 실은 열악한 주거 환경이란 사실을 은폐한다”고 했다.블랙핑크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부른 노래 ‘아파트(apt.)’로 관심을 모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사전은 ‘한국의 근대화가 낳은 독특한 산물로서 한국인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편찬 자문에 참여한 네덜란드 유튜버 바르트 판 헤뉘흐턴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 떠나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배타적인 공간”이라고 평했다.
‘온수 매트’도 표제어로 등장했다. 외국에선 ‘드라마에서 배우가 바닥에 깔고 눕는데, 굉장히 아늑해 보인다’며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표제어 선정에 참여한 한 외국인은 “한국 여행을 와서 온수 매트를 켜고 누웠을 때 온몸이 따듯해지는 느낌이 좋았다”며 “아마존에서 팔면 사고 싶다”고 했다. 사전은 ‘역사적으로 온수 매트는 한국의 온돌 난방에서 이동형으로 발전되어 개발된 취침용 매트로, 사실상 이동형 온돌’이라고 부연했다.사전에 다수 등재된, 한국어에서 특히 발달한 맛에 관한 표현도 외국인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담백하다’는 개운하고 산뜻한 맛을 나타내는 형용사지만, 한국인은 매운탕이나 설렁탕도 지나치게 짜거나 기름지지 않으면 담백하다고 한다.
맛 표현이 사람에 대한 표현으로 확장하면 해석의 난도는 더 올라간다. 표제어 선정에 참여한 40대 외국인은 “싱거운 사람이란 대사가 드라마에 나오는데, 사람이 어떻게 싱거울 수 있냐”며 “한국어는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을 묘사하는 표현이 다양한데, 특히 성격을 음식처럼 말하는 게 특이하다”고 했다. ‘시원하다’ ‘말아먹다’ 역시 마찬가지다. ‘밥 한번 먹자’가 “가까운 관계임을 표현하는 형식적인 인사”란 점도 독특하다.‘식당 앞치마’도 외국인에겐 굉장히 낯설다. K드라마를 보며 밥 먹을 때 왜 앞치마를 하는지 궁금해한다고 한다. 식당 앞치마는 고기를 굽거나 국물을 끓이기에 음식이 옷에 튈 염려가 많은 한국만의 문화다. 사전은 “한국의 독특한 외식 문화를 볼 수 있는 일면”이라고 했다.이번 사전은 한국민속대백과 편찬 2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판이다. 원고지 4600여 장 분량, 사진도 800장에 이른다. 민속학, 사회학 등 분야별 전문가 129명이 참여했다. 영어판 발간 등도 준비되고 있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사전이 ‘한국 문화 바로 알기’의 길잡이로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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