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60%를 돌파했다. 전셋값이 갈수록 오르고 전세사기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주도는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80%까지 치솟아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보증부월세·반전세 등 포함) 비중은 60.7%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포인트 높아졌다. 4년 전인 2021년 1분기(42.1%)와 비교하면 18.6%포인트 올랐다. 서울은 올해 1분기 월세 비중이 64.3%로 커졌다.
월세 비중이 가장 높은 지방자치단체는 제주다. 올해 1분기 제주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차 계약 가운데 80%가 월세로 집계됐다. 서울 등 수도권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제주는 전통적으로 1년치 월세를 선불로 내는 ‘연세(年貰)’라는 임대차 문화가 발달한 지역이다. 연세도 통계로는 월세에 포함된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제주는 과거부터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가족 또는 이웃과 임대차 계약을 맺는 사례가 많아 매달 임대료를 요구하기가 껄끄러워 연세로 받곤 했다”며 “신축 주택 공급량도 제한적이어서 임대료를 장기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거래가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는 관광 등으로 단기 체류를 원하는 임차 수요가 많고, 외지인 투자 비중도 높은 편이다. 단기 이주자나 여행객 등은 월세 계약을 맺고 집을 빌릴 때가 많다. 외지인 투자자 역시 부동산을 사들일 때 단순 시세 차익보다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는 고령화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지역이라는 것도 월세 시장이 커지는 이유로 분석된다. 고령 임대인은 목돈 관리보다 안정적 수입을 원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국적인 전세사기, 역전세 문제 등이 제주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입자 역시 전세 계약 위험 부담이 커지자 월세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의 연세 문화와 관련해 주의할 점도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목돈을 한 번에 받을 수 있어 선호하기도 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임차인 퇴거 등에 갈등이 커질 수 있다. 민법에 따르면 월세는 임대료 연체가 2회(2개월) 이상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연세는 임대료 연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연세 계약을 한 임차인이 중간에 나가겠다며 남은 기간의 월세 반환을 청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