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 중 하나는 '오역'이다. 타인의 말, 나아가 자신의 진의조차 왜곡하는 것. 일상 속 수많은 문장을 만나는 우리 역시 오역에서 자유롭지 않다.
번역가 황석희가 일상 속 오역을 주제로 한 신간 에세이 <오역하는 말들>을 펴냈다. 황석희는 영화 '데드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보헤미안 랩소디' 등 유명 영화의 원어를 한국어로 옮겨쓴 번역가다. 최근에는 '틱틱붐', '원스' 등 뮤지컬 작품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책에는 오역과 관련한 저자의 일상 속 에피소드가 담겼다. 그는 영화 '원더'를 번역하면서 정작 가장 가까운 가족의 말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작 중요한 의견들은 일방적인 애정이 섞였으니 무가치하다 여기고 내 인생에 지분 한 톨 없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경청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이런 완벽한 오역이 있나."
오역을 피하기 위해선 "좀 더 애정을 쏟아 서로의 원문을 살펴야 하지 않을까"라는 저자의 말도 울림이 깊다. 저자의 번역 작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에 번역에 관심 있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