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글로벌 3각 편대’ 전략
사업 인수-CDMO-제품 수출 추진
‘글로벌 의약품 제조 플랫폼’ 도약
2030년 글로벌 매출 2000억 목표
보령이 그리고 있는 글로벌 성장 전략이다. 오리지널 브랜드 비즈니스 인수와 CDMO 확대, 자체 제품 수출이라는 세 축은 단기간에 구축된 전략이 아니다. 국내 사업 인수 경험을 바탕으로 생산 역량을 내재화했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직접 판매와 CDMO 사업 확장에 나서는 단계적 진화의 결과물이다. 각각 성장해온 세 사업 축은 이제 하나의 전략 체계로 결합되기 시작했다. 보령은 이를 ‘인수-내재화-확장’의 선순환 구조로 설명한다. 2030년 글로벌 사업 매출 2000억 원 목표는 이 전략 고도화의 지향점이다.
보령의 전략은 명확하다. 검증된 오리지널 브랜드 비즈니스를 인수해 직접 운영하고 이 과정에서 축적한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CDMO 사업을 확대한다. 여기에 인수를 통해 확보한 해외 유통 및 인허가 인프라를 활용해 ‘카나브 패밀리’ 등 자체 제품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한다. 사업 영역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성장 엔진으로 연결된다.
시장 환경 역시 이러한 전략에 우호적이다. 글로벌 제약산업에서는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 능력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필수의약품 공급 부족 현상이 세계적으로 반복되는 상황에서 오리지널 브랜드 비즈니스를 확보하고 검증된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보령의 전략은 글로벌 시장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첫발 뗀 오리지널 브랜드 글로벌 비즈니스
오리지널 브랜드 비즈니스 인수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사업 전반을 확보해 판권과 허가권, 생산권, 유통권, 상표권 등을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브랜드와 매출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령은 ‘젬자’를 시작으로 ‘알림타’ ‘자이프렉사’ 등의 국내 비즈니스를 인수하고 자체 생산 체계를 구축하며 관련 역량을 축적해 왔다.
이 전략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한 대표 사례가 세포독성항암제 ‘탁소텔’이다. 보령은 사노피로부터 탁소텔의 글로벌 사업 권리를 확보했으며 지난달부터 관련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빅파마의 오리지널 항암제 사업을 인수해 해외시장에서 직접 운영하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주목할 부분은 개별 품목을 넘어 세포독성항암제 시장 자체의 가치다. 세포독성항암제는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될 만큼 치료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의 병용 요법 확대에 따라 수요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병용 치료의 핵심축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신흥국에서는 여전히 주요 1차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반면 생산 측면의 진입장벽은 높다. 고도화된 격리 시설과 엄격한 안전관리 체계가 요구되는 만큼 신규 공급자 진입이 제한적이다. 그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이 반복되고 있으며 안정적인 생산 역량을 보유한 기업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보령이 세포독성항암제 포트폴리오 확대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품목 확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세계적 수준 제조 역량이 밑거름… 추가 사업 확대
인수 품목의 생산 체계를 자사 공장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제조 역량은 곧바로 CDMO 사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령은 대만 제약사 로터스에 항암제 알림타를 공급하며 첫 글로벌 CDMO 사업 사례를 만들었다. 생산 거점은 유럽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EU-GMP) 인증을 획득한 예산캠퍼스다. 이후 독일 체플라팜과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최대 46개국 공급 기반을 마련했으며 쥴릭파마와 동남아시아 시장 공급계약도 잇달아 성사시켰다. 주사제 중심에서 경구제로, 단일 국가에서 다수 국가로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필수 항암제 공급 부족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생산·공급 역량 자체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령은 오리지널 브랜드 비즈니스 운영 과정에서 확보한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CDMO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또 다른 축은 자체 개발 제품의 해외 진출이다. 보령은 국산 고혈압 신약 카나브 패밀리를 중심으로 오리지널 브랜드 비즈니스 인수를 통해 확보한 글로벌 인허가·유통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규 시장을 처음부터 개척하는 대신 기존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시장 진입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전략이다. 이는 오리지널 브랜드 비즈니스 인수를 통해 확보한 가치가 단순히 개별 품목에 그치지 않고 향후 자체 제품 수출을 위한 플랫폼 역할까지 수행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카나브 패밀리는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등 주요 해외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추가적인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1975년 출시된 보령의 대표 일반의약품 ‘겔포스’ 역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세 축의 선순환… ‘글로벌 의약품 제조 플랫폼’ 도약보령 전략의 핵심은 세 사업 축이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을 연결하는 공통 기반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조·운영 역량이다.
탁소텔과 젬자, 알림타 등 오리지널 브랜드 비즈니스 운영 경험은 CDMO 고객사에 신뢰할 수 있는 레퍼런스로 작용한다. 탁소텔 사업을 통해 확보한 글로벌 인허가 및 유통망은 카나브 패밀리의 해외 진출 경로로 활용된다. 대만 로터스에 공급한 첫 글로벌 CDMO 물량 역시 동일한 생산 역량에서 출발했다.
결국 인수는 생산 역량 강화로 이어지고, 생산 역량은 CDMO와 수출 확대를 견인하며, 확대된 글로벌 사업 성과는 다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 사업 축 간 시너지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령 관계자는 “탁소텔을 시작으로 세포독성항암제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하고 생산 역량을 고도화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할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령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단순한 제품 수출 기업이 아니다. 오리지널 브랜드 비즈니스를 직접 운영하고, 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며, 자체 개발 제품의 글로벌 확장까지 지원하는 ‘글로벌 의약품 제조 플랫폼’으로의 도약이다. 개별 품목 인수에서 출발한 전략은 이제 인수·생산·수출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성장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2030년 글로벌 사업 매출 2000억 원 목표도 그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김인규 기자 anold3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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