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땐 대나무처럼 굳어… ‘강직성 척추염’도 골든타임 있다

3 hours ago 7

‘강직성 척추염’ 치료 트렌드
골반서 염증 시작돼 허리로 전이… 디스크로 오인해 조기 진단 놓쳐
완치 대신 증상 없는 ‘관해’ 목표
이중억제 신약 ‘비메키주맙’ 주목

홍승재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사회 활동이 활발한 40세 이하에서 많이 발병하는 강직성 척추염은 낮은 인지도 때문에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며 “쉬어도 통증이 낫지 않고 오히려 움직이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는 만큼 자가 진단 후 일찍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 제공

홍승재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사회 활동이 활발한 40세 이하에서 많이 발병하는 강직성 척추염은 낮은 인지도 때문에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며 “쉬어도 통증이 낫지 않고 오히려 움직이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는 만큼 자가 진단 후 일찍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 제공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직장인이나 학생 중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대부분 단순 근육통이나 허리 디스크로 생각하기 쉽지만 유독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허리가 뻣뻣하게 굳고 통증이 지속된다면 ‘강직성 척추염’의 신호일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척추와 골반 관절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홍승재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은 몸의 중심축인 골반부터 허리, 목까지 전 부위가 대나무처럼 뻣뻣하게 굳어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질환”이라며 “초기에 치료 시기를 놓치면 일상적인 동작은 물론이고 앞을 보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정상적인 생활조차 불가능해질 정도로 예후가 나쁘다”고 경고했다.

홍 교수를 만나 강직성 척추염의 특징과 조기 진단의 중요성, 최근 주목받고 있는 최신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강직성 척추염은 사회 활동이 활발한 40세 이하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발병한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대개 3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 환자들이 초기 증상을 근육통이나 허리 디스크와 혼동하기 쉽기 때문이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인한 ‘염증성 요통’은 디스크와 정반대의 증상을 보인다. 외부 충격 탓에 발생해 가만히 쉬면 좋아지는 디스크와 달리 서서히 발병해 움직이면 호전되고 가만히 있으면 악화된다. 자는 동안 염증 물질이 축적되기 때문에 아침에는 허리가 딱딱하게 굳고 아프지만 다시 움직이고 운동을 하면 허리가 풀린다.

염증 발생 지점과 통증 부위가 다른 것도 진단이 지연되는 이유다. 홍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으로 인한 염증은 엉덩이 쪽인 골반 관절(천장관절)에서 출발해 허리로 전이된다”며 “초반에 허리 엑스레이(X-ray) 사진만 찍어서는 병을 절대 찾을 수 없어 꾀병으로 오해받기 쉽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강직성 척추염이 의심될 때는 반드시 허리와 골반을 함께 촬영해야 한다. 다만 엑스레이 사진은 관절 변형이 일어난 후에야 병을 확인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조기에 미세한 염증까지 잡아낼 수 있는 유전자 검사(HLA-B27)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좋다.이중 억제 신약 ‘비메키주맙’… 치료 패러다임 변화

강직성 척추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완치가 아닌 면역계를 안정시켜 증상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상태인 ‘관해’를 치료 목표로 삼는다.

홍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 치료의 핵심은 발병이 잦은 20∼40대에 적극적으로 염증을 조절해 척추가 굳지 않도록 장애를 막는 것”이라며 “과거엔 진통소염제 외에 대안이 없었지만 2000년대 이후 염증 매개 인자 물질을 목표로 삼는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하면서 치료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기존 강직성 척추염 생물학적 제제 시장은 종양괴사인자(TNF)-알파 억제제와 인터루킨(IL)-17A 억제제가 주축을 이뤘다. 최근에는 IL-17A 단일 억제를 넘어 IL-17F까지 동시에 차단하는 차세대 이중 억제 기전의 ‘비메키주맙’이 등장해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임상 연구에 따르면 비메키주맙은 위약 대비 탁월한 증상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강직성 척추염의 치료 평가 기준 중 달성하기 매우 까다로운 지표로 알려진 ‘ASAS40(40% 이상의 증상 개선)’에서 높은 도달률을 보였다.

홍 교수는 “비메키주맙은 두 가지 염증 경로를 한 번에 잡아 염증이 발생한 이후 이를 악화시키는 과정까지 차단한다”며 “강직성 척추염과 공통된 병의 기전을 보이는 자가면역질환인 건선성 관절염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약물치료와 운동 요법 병행… 담배·술 끊어야

비메키주맙은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됐지만 현재 국내 건강보험은 강직성 척추염 치료에 급여를 적용하지 않는다. 홍 교수는 “젊은 환자들이 경제적 이유로 효과적인 치료를 포기하거나 척추가 변형되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속히 급여 등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조기 진단과 함께 환자들의 주도적인 생활 습관 교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염증성 요통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원인을 찾고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움직일수록 증상이 완화되므로 약물 치료와 함께 스트레칭, 걷기, 수영, 요가 등의 운동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반면 면역계에 악영향을 주는 흡연은 반드시 중단해야 하며 금주 역시 필수적이다. 홍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은 최근 훌륭한 약제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돼 조기에 발견해 관리만 잘하면 정상인과 다름없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며 “의심 증상이 있다면 바로 류마티스내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척추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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