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후 최대 10년 항호르몬제
안면홍조-식은땀 등 생활 불편
“삶의 질 유지로 진료 체계 확장”
최근 유방암 치료 성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생존 이후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유방암 치료의 핵심 목표가 생존율 향상이었다면 이제는 환자가 치료를 지속하면서도 일상과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관리가 중요해졌다. 암 치료를 마치고 삶을 이어가는 유방암 생존자들이 늘어가는 만큼 이제는 이들의 건강과 삶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방암은 국내 여성에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암이다. 국가 검진 등 조기 검진과 다양한 치료법의 발달 덕분에 생존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23년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여성 유방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94.8%, 특히 암이 유방에 국한된 조기 병기에서는 생존율이 99%에 이를 정도로 치료 성적이 준수하다.
하지만 생존율 향상이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이후에도 유방암 환자들은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5∼10년간 내분비 요법(호르몬 치료)을 받는다. 내분비 요법은 암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억제해 재발을 예방하고 궁극적으로는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문제는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폐경과 유사한 증상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체온 조절 이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안면 홍조, 야간 발한, 식은땀 등의 혈관운동증상(VMS)이다. VMS 증상으로 인해 갑자기 열이 오르며 땀이 쏟아지고 밤에는 식은땀으로 잠을 깨는 일이 반복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다음 날 피로가 쌓이고 집중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크다.
실제 국내 연구에서도 내분비 요법을 받는 많은 유방암 환자는 VMS를 포함한 갱년기 증상과 통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방암 환자의 유병률이 40, 50대에서 가장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회와 가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시기의 환자에게 이런 증상은 일상에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방암 환자들이 겪는 내분비 요법의 부작용을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과정’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환자가 증상을 견디지 못해 임의로 약 복용을 건너뛰거나 조기에 중단하면 재발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유방암 치료의 목표는 이제 생존율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며 “환자가 치료를 지속하면서도 삶의 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료 체계가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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