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마늘치킨·금산 삼계탕…'K치킨벨트' 지도 나온다

3 hours ago 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2월 8일 저녁. 평양에서 핵실무협상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한 스티븐 비건 당시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지친 몸을 이끌고 포시즌스호텔 건너편 본가닭한마리 광화문점을 찾았다. 펄펄 끓는 닭한마리 국물을 들이켜자 하루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고 한다. 닭한마리에 매료된 그는 레시피를 배워 미국에서도 직접 요리해 먹고 있다.

중국 영화계 거장 장이머우 감독이 2003년 오페라 ‘투란도트’를 준비하기 위해 한국에 한 달간 머물 때 하루도 빠짐없이 삼계탕을 먹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샌타클래라의 한국식 치킨집 ‘99치킨’ 단골이다.

◇ K-치킨벨트 지도 올 상반기 공개

한국 닭요리에 대한 관심이 해외로 확산하자 정부가 ‘K-치킨벨트 전국지도’를 제작하기로 했다. 전국의 닭요리 맛집과 골목, 축제 등을 아우른 한국판 ‘치킨 미쉐린 가이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대국민 참여 이벤트를 열었다. 국민들은 숨은 맛집과 특화거리, 역사 이야기 등 2700건의 아이디어를 내놨다.

치킨, 닭갈비, 찜닭 등 대중적인 메뉴뿐 아니라 닭코스요리, 닭똥집, 물닭갈비, 폐계, 닭육회 등 지역색 짙은 메뉴까지 폭넓게 제안됐다. 또 경기 수원 통닭거리, 대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경북 안동 찜닭거리, 강원 춘천 명동 닭갈비골목, 서울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 세종 조치원 전통시장 파닭골목 등 특화 거리를 지도에 포함해야 한다는 제안이 쏟아졌다. 대구 치맥 페스티벌, 충남 금산 삼계탕 축제 등 지역 축제를 연계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의성 마늘치킨·금산 삼계탕…'K치킨벨트' 지도 나온다

경북 의성과 충북 단양 마늘치킨, 제주 감귤소스 치킨처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도 포함됐다. 전북 익산 치킨거리, 경북 구미 1991 문화거리 등 체험형 콘텐츠도 추천됐다. 이를 바탕으로 치킨과 닭요리를 단순한 음식을 넘어 농업·관광·문화를 아우르는 복합 자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접수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K-치킨벨트 전국지도를 제작해 올 상반기 공개할 예정이다. 여행 크리에이터가 촬영한 닭요리 명소 영상도 함께 선보여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미식 가이드로 활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K-미식벨트 조성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달 2일 구미의 ‘교촌치킨 1호점’을 K-치킨벨트 조성 사업지로 선정해 국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구미시는 교촌 1호점을 중심으로 관광 동선을 구축하고 외국인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해 관광 상품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커지는 K치킨 팬덤…李 대통령도 관심

K-치킨벨트 추진 배경에는 해외 소비자의 ‘K치킨 팬덤’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22개국 소비자 1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5년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한식’으로 한국식 치킨이 14%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김치(9.5%), 비빔밥(8.2%), 불고기(5.6%) 등을 앞질렀다. 최근 1년간 자주 먹은 한식 역시 치킨이 28.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김치(28.0%), 비빔밥(19.9%), 라면(16.6%) 등보다 더 자주 먹었다.

외국인의 치킨 사랑에 착안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K-치킨벨트 조성을 본격 검토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외국인이 좋아하는 치킨벨트를 구상해보겠다”고 제안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추진해 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정경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제안된 K-치킨벨트 성지를 중심으로 지역 스토리를 반영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것”이라며 “K-치킨벨트를 글로벌 미식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익환/곽용희 기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