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막상 이들의 일상사진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0.5배율 초광각 렌즈로 얼굴 등 신체의 일부를 과장하거나 플래시를 직광으로 터뜨려 피부를 하얗게 만든다. 사각 프레임 밖으로 툭툭 잘려 나간 피사체들과 삐딱하게 기울어진 수평선까지…. 사진부 데스크가 봤다면 “똑바로 안 찍어?”라며 호통을 쳤을 사진들이다. 그런데 묘하다. 이건 못 찍은 게 아니다. 잘 찍으려 애쓰지 않은 것에 가깝다. 젠지세대(Z세대·1995∼2010년 출생자)에게 사진은 일상의 가벼운 소통수단에 가깝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소셜미디어는 ‘인생샷’의 경연장이었다. 사람들은 유명한 포토 스팟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 뒤, 수십 장을 찍어 그중 가장 완벽한 한 장을 골라낸다. 사진 애플리케이션(앱)을 켜서 다리를 길게 늘이고, 피부를 매끈하게 매만진다. 여기에 분위기를 한껏 살린 감성 가득한 색감까지 덧입힌다. 그렇게 ‘내가 이렇게 멋지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려 애썼다. 보디프로필 사진이나 사진가까지 고용해 촬영한 연예인 화보 같은 사진들이 소셜미디어 피드에 마치 트로피처럼 자랑스럽게 진열되곤 했다.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런 변화의 중요한 시작점 가운데 하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확산이다. 24시간 뒤 사라지는 구조는 사진을 잘 찍어야 한다는 부담도, 오래 남을 걱정도 덜어 줬다. 그렇게 지금의 순간을 가볍게 공유하는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완벽한 피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요즘 인스타그램에서는 공개 피드보다 다이렉트 메시지(DM)와 스토리를 통해 훨씬 많은 사진과 영상이 오간다. 피드에서는 하루의 조각들을 무심하게 모아 던진 듯한 ‘포토덤프(Photo Dump)’가 하나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초점 나간 밤거리, 렌즈에 묻은 기름기로 번진 불빛, 흔들린 친구의 웃는 모습이 맥락 없이 뭉텅이로 올라와 있다. 낱장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사진들이 기묘하게도 여러 장으로 엮이는 순간, 그날의 분위기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보여 주는 이야기가 된다.
왜 하필 지금 이런 ‘날것’의 미학이 폭발했을까. 역설적이게도 완벽함이 지루할 만큼 흔해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스마트폰 렌즈를 들이대면 기계가 알아서 흔들림을 잡고 노출을 계산해 피부톤까지 뽀얗게 만들어준다. 셔터만 누르면 누구나 흠잡을 데 없는 사진을 얻는 세상이다. 그래서 선명하고 깨끗한 사진은 더 이상 남다른 감각이나 개성을 증명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구형 콤팩트 디지털카메라가 젠지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끈다. 부정확한 색 재현력, 손 떨림 등 한때 극복해야 할 한계였던 것들이 지금은 자연스러움을 보여 주는 매력이 됐다.
이 흐름에 새로운 의미를 보탠 건 인공지능(AI)의 등장이다. 프롬프트 몇 줄이면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이미지가 뚝딱 튀어나오는 시대다. 그저 매끈하고 쨍한 사진만으로는 “내가 진짜 거길 다녀왔다”는 사실을 믿게 만들기 어려워졌다. 너무 완벽하면 되레 “이거 혹시 AI가 만든 거 아냐?” 하는 의심부터 산다. 지난해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 애덤 모세리도 “무엇이든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세계에서는 불완전함이 오히려 진실의 신호가 된다”라고 했다. 흔들림과 자글거리는 노이즈가 ‘진짜로 있었던 일이고, 사람이 직접 찍은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보도사진도 가끔은 파격을 시도한다. 낯선 구도를 선택하거나 셔터 속도를 낮춰 움직임을 표현하거나 그림자만으로 이야기를 건네기도 한다. 그러나 지면에 게재된 대부분의 사진은 기본기에 충실한 것들이다. 해외 유력 일간지들의 1면 사진이 보여 주는 문법이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도사진은 시선을 끄는 것보다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그러다 보니 사진기자들에게는 직업병이 생겼다. 얼마 전 가족여행 사진을 정리하면서도 수백 장 가운데 가장 선명한 사진만 골라내고, 기울어진 수평을 집요하게 바로잡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게 고른 사진을 내밀자 정작 아내가 고른 건 내가 버린 흔들린 컷이었다. 매일 숨을 참아가며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고 살았는데, 이제는 조금 흔들려야 더 진짜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됐다.
송은석 사진부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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