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 “공급 부족, 금리인하… 집값 하락 요인 없어”
상반기 매매가 3.3㎡당 2억 원 아파트 등장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초양극화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고,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를 5월 12일에 만나 ‘올해 상반기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일어난 변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및 확대 재지정이 남긴 것, 6·3 대선 이후 집값 전망’에 관해 물었다. 고 교수는 1994년 신한은행 재직 당시 경매 관련 업무를 맡으며 부동산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국내 금융권 최초 부동산 전문 프라이빗뱅커를 거쳐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 부동산시장은 어떤 상황인가.
“주택 공급이 부족해 매매가가 오르고, 전세 물량도 부족해 전세가 역시 오르는 상황이다. 또 서울시가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가 3월 확대 재지정하는 과정에서 거래량이 폭증했지만 현재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으로 의도했던 가격 통제는 이뤄지지 않고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6·3 대선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왜 계속될 것이라고 보나.“부동산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변수로는 ‘공급’과 ‘금리’가 있다. 먼저 공급을 보면 신규 공급(신축)의 경우 상반기도 그랬지만 하반기에도 해결이 안 되는 문제다. 상황이 이러면 다주택자 물량이라도 풀려야 하는데 각종 규제로 매물이 오히려 잠기고 있다. 또 금리는 지금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0.2%로 역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5월(5월 29일)에는 금리를 0.25%p가량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공급은 부족한데 금리마저 내리는 상황이라면 대선 이후라도 집값 방향성이 바뀔 수 있겠나.”
부동산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을 공급 부족이라고 보는가.
“그렇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방을 나눠서 보면 공급이 부족한 서울과 수도권 일부는 집값이 계속 오르고 공급이 넘쳐나는 지방은 미분양이 산처럼 쌓여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공급이 부족해진 가장 큰 원인은.
“서울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지역들이 나와야 하고, 또 실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주택 공급을 제때 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특히 서울 지역은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신규 공급을 해야 하는데 지난 정부 때 스톱됐다.”
요즘 부동산시장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초양극화’다. 이 상황도 심화될 일만 남은 것인가.
“그렇다. 원래 집값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범위에서 연착륙하며 올라야 한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때 600조 원이던 한국 통화량이 지난해 말에는 4100조 원까지 늘었다. 또 현재는 더 늘어나 4220조 원이다. 이렇게 늘어난 통화량은 실물자산 가격을 밀어 올린다. 또 1964년에는 한국 인당 GNI(국민총소득)가 100달러(약 14만2000원)였지만 지난해에는 3만6000달러(약 5040만 원)였다. 이처럼 경제가 성장하고 개인소득이 늘면서 실물자산 가격이 상승했는데 집값만 떨어질 수 있을까. 앞으로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 상승이 주춤할 수 있겠지만 물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그러기 어렵다.”
특히 신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무섭다.
“현재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비롯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1980년대 초~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로 입주한 단지들이다. 88올림픽 때 한국 인당 GNI는 4800달러(약 672만4800원)였다. 하지만 최근에 건설된 아파트들은 3만6000달러 시대에 걸맞은 주거 문화와 커뮤니티(주민공동시설)를 갖춘 전혀 다른 아파트다. 단순히 오래돼서 ‘구축’, 최근에 지어서 ‘신축’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 부동산은 특정 지역을 대체할 곳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 지역 집값이 계속 오르는 특징을 갖는다. 공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커뮤니티가 좋으며, 아이를 키우고 교육시키기에 좋은 반포 신축 아파트로 부자가 몰려오는 이유다.”
강남권 아파트 신고가가 이어지면서 그 외 지역의 가격 상승도 이끌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을까.
“앞서 얘기한 대로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 공급을 늘리거나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끔 세제를 완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세금을 올리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경우 집주인은 임차인에게 세금을 전가해 전월세 가격만 상승한다. 이런 주거 비용 부담 증가는 임차인의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추는 결과로도 나타난다. 행정수도를 이전하면 서울 수요가 일부 분산될 테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B·C노선이 모두 연결되고 삼성역이 개통해도 수요 분산 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또 신도시를 어떻게든 만들어 수요를 분산해야 집값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문제는 신규 공급은 중장기가 돼야만 탄력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10년이 될지, 15년이 될지 알 수 없다.”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서울 집값이 하락한 바 있다.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지 않나.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은 단기적으로 1~2년 오르느냐 내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10년 단위로 끊어서 봐야 한다. 한국 경제, 통화량, 금리, 환율이 어떻게 될지, 또 주택 공급이 어떻게 될지, 나는 어디에서 살지 등 모든 걸 감안해서 봐야 한다. 2014년 대비 2024년 기준 서울 25개 구 아파트 가격은 모두 올랐다.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전월세 비용이라는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르며 살 것이냐, 내 집 마련을 하루라도 빨리 할 것이냐를 잘 결정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내 집 마련은 자산 관리 및 은퇴 준비의 기본이기에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대출을 끼고 내 집 마련부터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 인프라 크게 늘어나는 노원구 유망”
서울에서 추천하고 싶은 지역이 있다면.
“노원구다. 현재도 5억 원가량 자금으로 살 수 있는 아파트들이 있고, 향후 10년 이내에 서울 25개 구 가운데 공공 인프라가 가장 많이 증가할 곳이기도 하다. 서울 경전철 동북선이 개통되고 동부간선도로 지하화가 완료되면 서울 내 출퇴근 시간이 1시간 이상 앞당겨진다. GTX C노선이 완공되면 광운대역에서 삼성역까지 5~6분이면 간다. 또 서울시가 노원역 주변 도봉면허시험장과 철도정비창에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해 조감도까지 나와 있는 상황인 데다, 서울대병원도 노원 서울대병원을 하나 더 만들어 치료 중심으로 가고 기존 혜화동 서울대병원은 연구 중심으로 가겠다며 노원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이대로만 된다면 강남 못지않은 인프라가 생겨난다.”
곧 서울에서 분양될 아파트들이 주변 시세보다 비싸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다음 주(5월 19~21일) 분양 예정인 은평구 대조1구역 힐스테이트 메디알레가 주변의 같은 평형 대비 1억가량 비싸게 나왔다. 과거에는 청약을 주변 시세보다 쌀 때 해야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3.3㎡당 200만~300만 원에 지은 아파트와 1000만 원에 지은 아파트 가격이 어떻게 같겠나. 또 기존 구축과 달리 각종 커뮤니티와 함께 아이 키우기에 좋은 환경도 갖추고 있어 비싸게 분양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건설될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입주민에게 더 좋은 편의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신축 가격은 떨어지기가 쉽지 않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89호에 실렸습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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