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16일(현지시간) 정부 부채 증가를 이유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 부채는 지난 15일 기준 약 36조2200억 달러(약 5경744조원) 규모다. 미국이라는 국가가 설립된 이래 연방정부에 누적된 부채의 원금과 이자 총액이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미국의 부채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특히 2000년대 들어 급증했다. 미국 정부가 계속해서 재정적자를 낸 탓이다. 미국 정부는 2001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는 사회보장제도, 의료 서비스, 이자 지급에 들어가는 돈이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2019~2021 회계연도에는 정부 지출을 50%나 늘렸다. 2024회계연도 재정적자도 1조8300억 달러였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앞으로도 악화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감세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감세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최근 발의한 세제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10년간 3조8000억 달러 규모 감세가 이뤄지며 국가 부채가 2조5000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공화당 내에 재정 건전성을 중요시하는 의원들이 세제 법안을 부결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용 절감과 상호 관세 시행을 통해 감세로 줄어드는 수입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추세다.
물론 미국 정부가 빌릴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 의회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정부가 빌릴 수 있는 금액에 상한을 두는 '부채 한도'를 설정했다. 부채 한도를 모두 채우면 돈을 더 빌리는 방식으로 기존의 채무를 갚을 수 없어 정부가 채무 불이행 상태에 처할 수 있다.
현재의 부채 한도는 36조1000억 달러다. 이에 재무부는 부채 한도를 채우는 시점을 늦추기 위해 특별 조치를 실시하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최근 의회 지도부에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하거나 유예하지 않으면 특별 조치가 소진되면서 오는 8월부터 정부가 채무 불이행 상태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의회가 부채 한도를 4조 달러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발의한 법안에도 부채 한도 4조 달러 상향이 포함됐다. 향후 부채 한도 상향을 두고 미 의회 내 신경전이 예상된다.
부채 규모가 큰 만큼 이자도 만만치 않다. 재무부는 2025년 4월 기준으로 미국의 부채를 유지하는 데 6840억 달러가 들어가며, 이는 2025회계연도 정부 지출의 16%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2024회계연도에 미국 정부는 평균 3.32% 금리로 돈을 빌려 쓰고 있다.
미국 정부가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정부 이자 부담도 증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도 관세가 촉발한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국채 금리 급등이었다.
부채를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3년 100%를 넘었으며 지난해에는 123%를 찍었다. 부채를 모두 상환하려면 미국 경제 규모의 1.2배에 해당하는 자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