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강등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또한 국채 금리 상승으로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무디스는 이날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장기발행자등급)을 Aaa에서 Aa1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등급 변경 보고서에서 “지난 10여년간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지속적인 재정 적자로 인해 급격히 증가해왔다”며 “이 기간 연방 재정지출은 증가한 반면 감세 정책으로 재정 수입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 부채는 지난 15일 기준 약 36조2200억달러다. 부채는 어느 한 해에 정부가 쓴 돈이 수입보다 많아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돈을 빌릴 때 생긴다. 미국 정부는 2001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는 사회보장제도, 의료 서비스, 이자 지급에 들어가는 돈이 수입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2019∼2021회계연도에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50%나 늘렸다.
무디스는 “재정 적자와 부채가 증가하고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도 현저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이자 비용을 포함한 의무적 지출이 총 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약 73%에서 2035년 약 78%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9일(현지 시간) 돌연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국채 매도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올라가며 시장이 패닉 반응을 보인 탓이다.
무디스는 미국 경제가 가진 다수의 강점이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제공한다며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무디스는 “관세 인상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 성장세가 의미 있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또한 세계 기축통화로서 미 달러화의 지위는 국가에 상당한 신용 지원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 2023년 11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하고 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무디스는 그동안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 중 유일하게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해왔다.
3대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1년 9개월 만이다. 앞서 피치는 지난 2023년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하향한 바 있다. 또 그에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011년 미국 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