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0여명의 사망자를 낸 에어인디아 여객기 추락사고 원인이 ‘연료 스위치 차단’ 때문이라는 초기 조사결과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항공사고조사국(AAIB)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예비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AAIB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인도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 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추락한 에어인디아 171편 여객기는 이륙한 뒤 두 엔진의 연료 공급 스위치가 거의 동시에 ‘작동’에서 ‘차단’으로 전환됐다. 엔진의 연료 유입이 중단되면서 엔진 출력은 감소했고, 여객기의 고도가 급속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조종실 음성 기록에는 한 조종사가 다른 조종사에게 ‘왜 연료를 차단했느냐’고 물었고, 이에 다른 조종사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 중 누가 기장이고 부기장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종사들은 연료 스위치 2개가 꺼진 지 약 10여초 만에 두 스위치를 켜서 엔진을 재점화했다. 그러나 엔진 출력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았고, 한 조종사가 긴급 비상 신호인 ‘메이데이’를 보낸 지 불과 몇 초 뒤에 여객기는 추락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연료 스위치가 자동으로 꺼지거나 실수로 꺼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연료 스위치는 우발적인 차단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장치가 설계돼 있어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이 직접 버튼을 조작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연료 스위치를 끄면 거의 즉시 엔진이 꺼지기 때문에 비행 중 이 스위치를 끄는 것은 엔진 화재 같은 비상 상황 때뿐이다. 사고 여객기는 이륙 상황에서 연료 스위치가 꺼졌기 때문에 의문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사고 여객기의 기장은 1만5000시간 이상 비행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고, 부기장 역시 3400시간 이상의 조종 경력을 갖고 있다.
에어인디아 추락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27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6년 이후 인도에서 발생한 최악의 항공 참사다.
추락기에 타고 있던 사망자가 241명인 것을 고려할 때 지상에서 여객기 추락으로 사망한 사람은 33명이다. 지상 사망자 중 상당수는 여객기가 추락한 건물인 국립 B.J 의대 기숙사에 거주하던 학생들로 알려졌다.
최종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몇 개월 이상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다만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회원국인 인도는 사고 발생 후 30일 이내에 예비 조사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