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6개월을 앞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1일 8개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트럼프 수혜 점수’를 평가했다. 이들은 100억달러 이상 기부하고 취임식에 참석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고 했지만 빅테크 수장 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WSJ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반(反)독점, 무역, 규제 완화, 정부 계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장의 입지를 ‘상승’ ‘하락’ ‘중립’으로 분류했다. ‘상승’ 평가를 받은 인물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알렉스 카프 팰런티어 CEO다. WSJ는 “엔비디아는 우방국에 대한 인공지능(AI) 칩 수출 확대 정책의 대표 수혜자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오픈AI도 규제 완화 등 정부의 AI 진흥 정책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카프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정부가 팰런티어 소프트웨어 사용을 지속하며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락’ 평가를 받은 인물은 팀 쿡 애플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다. 트럼프 대통령이 쿡 CEO에게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1기 행정부 시절과 달리 애플에 관세 유예 등 혜택이 제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머스크 CEO를 두고선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테슬라에 대한 정부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경고했고,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폐지 역시 테슬라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중립’ 평가를 받았다. 메타와 구글이 여전히 반독점 규제에 직면해 있지만 AI 규제 완화에 따른 일부 수혜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마련된 AI 관련 행정명령을 폐지했다.
아마존은 상품 가격에 관세 부과분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백악관의 공개 질타를 받은 직후 해당 계획을 철회한 적이 있다. 또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의 격한 언쟁 이후 베이조스가 설립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이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면을 부쩍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