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차범근이 된 듯 축구…지금은 공 차는 자체로 행복”[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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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향이 전북 장수라는 시골이었는데 아이들이 놀 게 없으니 늘 함께 공을 찼어요. 학교 끝나면 운동장에 모여서 해 질 때까지 찼죠. 당시엔 축구공 사는 것도 어려웠죠. 선생님께서 사주시기도 하고, 우리끼리 돈 걷어서 사기도 하고. 축구공 하나 있으면 부러울 게 없었죠. 당시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었죠. 공 찰 땐 우리도 차범근이 됐죠. 공 하나만 있으면 운동장에서나 논두렁에서 즐겁게 뛰어다녔죠. 중고교는 물론 대학 시절에도 축구했고, 지금도 공을 차고 있습니다.”
이재성 변호사가 서울 성북구 삼선초교 운동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한 그는 2012년 월계축구회에 기입해 매주 일요일 녹색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이재성 변호사(54·창해종합법률사무소)는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학창 시절은 물론 군대, 사회생활 하면서도 축구는 늘 그의 곁에 있었다. 지금도 매주 일요일 월계축구회 회원으로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이 변호사는 고교 3학년 대학입시를 앞두고 급성 간염에 걸려 2개월간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시험 준비를 제대로 못 했고, 결국 재수해서 대학에 진학했다. 그때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운동하기 위해 유도부에 가입했다. 매일 체계적이고 규칙적으로 운동했다”고 했다. 유도하면서 체력이 좋아졌다. 친구들과 공도 찼다. 군대 제대한 뒤에는 팀을 만들어 활동했다.
“1996년 제대하고 복학했더니 대학 동아리 대회가 있더라고요. 당시 성균관대 법대에는 동아리 축구팀이 없었죠. 제가 ‘당대 제일’이란 팀을 만들어 대회에 출전했어요. 12명을 간신히 모아서 나갔는데 우승했어요. 그때부터 성균관대 교내 축구대회는 우리가 거의 다 휩쓸었어요. 1999년 사법고시 2차 시험을 한 달 남겨두고도 후배들하고 출전해 우승했습니다.”
이재성 변호사가 ‘서로 축구단’ 시절 대한변호사협회장배 축구대회에 나가 우승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재셩 변호사 제공
변호사가 된 뒤 서울변호사회 축구단인 ‘서로(Seoul Lawyers) 축구단’에 가입해 공을 차는 등 다양한 클럽에서 활동했다. 월계축구회는 2012년 만났다. “제가 축구를 좋아하다 보니 당시 로펌에서 축구와 관련된 업무를 많이 맡았어요. 그때 변석화 험멜코리아 회장이자 당시 대학축구연맹 회장을 만났습니다. 우리 로펌 고객이셨거든요. 우연한 기회에 식사하다 제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니 ‘그럼 월계축구회에 한번 나와 봐라’라고 해서 나간 게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죠.”변 회장이 1974년 창단해 역사가 50년이 넘은 월계축구회는 가입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수습 기간도 있다. 이 변호사는 “회원이 딱 40명이기 때문에 결원이 생길 때 충원하는데 축구 실력을 포함해 다양한 평가를 한 뒤 가입시킨다. 회원이 되면 모든 회원이 가족처럼 지낸다. 일요일 축구는 매번 참석해야 하며, 모든 경조사 참석도 기본이다”고 했다. 이렇게 축구를 즐기다 보니 ‘축구 좀 아는 변호사’로 통해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전북 현대와 대학축구연맹 고문 변호사도 지냈다.
이재성 변호사(오른쪽)가 월계축구회 친선경기에서 상대 수비를 제치려 하고 있다. 이재성 변호사 제공
월계축구회는 1974년 당시 열두 살이던 변석화 회장이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서 친구들과 모여 만든 축구클럽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 20여 명이 매일 아침 동네 공터나 학교 운동장에 모여 공을 찼다. 또래 축구팀이 없어 대학생 형들이나 조기 축구팀 아저씨들과도 경기했다. 어렸지만 당당했다. 또래 아이들이 성인이 된 1980년대에도 이들의 축구는 계속됐다. 1986년 양지축구클럽 주최 직장축구대회 우승, 1987년 새마을화천조기청년회 주최 축구대회 우승 등 조기축구계에서 이름을 날렸다.
축구 선수 출신들도 회원이다 보니 월계축구회를 거쳐 간 스타플레이어도 많았다. ‘왼발의 달인’ 하석주 아주대 감독, ‘박지성의 스승’ 이학종 전 수원공고 감독, 안종관 전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월계축구회에서 축구했다. 학창 시절 선배들을 따라 주말에 월계축구회에서 경기했던 것이다. 이들은 지금도 가끔 월계축구회에 나와 공을 찬다.
이재성 변호사가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그는 2015년부터 주중에 2~3회 배드민턴을 치며 체력을 키우고, 주말엔 축구를 하고 있다. 이재성 변호사 제공
이 변호사는 2015년부터는 배드민턴도 치기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 축구를 잘하려면 체력이 있어야 하는데 따로 시간을 내 운동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배드민턴이다. 집 근처(서울 강북구) 서울미양초교 체육관에서 모여 운동하는 솔샘배드민턴클럽에 가입해 매주 평일 저녁 2~3일 배드민턴을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쳤다. 배드민턴은 운동량이 상당했다. 이 변호사는 “배드민턴 한 게임만 해도 땀을 뻘뻘 흘린다. 온몸을 쓰는 전신 운동이라 체력이 향상됐고, 축구도 더 잘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배드민턴은 일반적으로 1시간에 300~500칼로리를 소비한다. 좁은 코트(단식의 경우 13.4m X 5.18m)에서 셔틀콕 하나를 때리지만 전후좌우 움직임이 많고, 헤어핀 하이클리어 스매싱 등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기 때문에 운동량이 많다. 이렇다 보니 최고의 다이어트 스포츠로 불리기도 한다.
이재성 변호사가 서울 성북구 삼선초교운동장에서 볼 드리블을 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월계축구회는 선수 출신들도 많아요. 그래서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하면 함께 공 차기 힘들어요. 실력 및 체력이 안 되면 경기에 출전을 못 할 수도 있어요. 배드민턴 치며 매주 공을 차니 아직 버티고 있어요. 또 체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시간을 내 조깅도 합니다. 이젠 한 주라도 공을 차지 않으면 몸이 찌뿌둥해 컨디션이 좋지 않아요. 또 그 주에 받은 스트레스가 있을 때 공을 차면 날아가는데 그렇지 않으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어요. 저에겐 축구가 만병통치약입니다.”이 변호사는 매주 일요일 25분씩 3쿼터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대학 시절 포지션은 스트라이커. 월계축구회에선 수비부터 미드필더, 공격까지 다 소화해야 한다. 출석 회원이 많다 보니 경기 때마다 포지션을 바꿔가며 플레이한다. 그는 “월계축구회는 모든 선수가 멀티플레이어”라고 했다.
변석화 험멜코리아 회장(뒷줄 왼쪽) 등 월계축구회 회원들이 경기 시작 전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험멜코리아 제공
요즘 가장 조심하는 것은 부상이다. 그는 “언젠가 발목 인대를 다친 적이 있는데 한 3개월 운동하지 못하니 다리 근육이 다 빠졌다. 그것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다치면 축구를 못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다치지 않고 축구하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월계축구회는 국내 생활 축구 대회엔 출전하지 않는다. 대신 매년 마카오에서 열리는 국제 친선대회에는 출전한다. 중국과 일본, 홍콩 태국, 마카오 등이 출전하는 친선대회다. 월계축구회가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출전했고, 이 변호사도 6차례 함께 나갔다.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어릴 때는 그냥 공만 차도 즐거웠다면, 지금은 축구하면서 정말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 느껴요. 50세 중반의 나이에 이렇게 건강하게 공을 찰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 아닌가요. 계속 몸 관리 잘해 평생 주말엔 축구할 겁니다.”
이재성 변호사가 서울 성북구 삼선초교운동장에서 경기 시작 전 축구화 끈을 매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