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극적 타결됐지만
양국 말 달라 논란 남겨
트럼프 SNS서 농산물 언급이어
백악관도 한번 더 못박아
지난달 30일(미국 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쌀 등 농산물 개방을 놓고 양국 정부가 다른 말을 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미국 측은 “한국이 쌀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고 강하게 말하고 있는데, 대통령실과 정부는 모두 “개방은 없다” “정치적인 수사다”라고 하면서 다른 입장을 내고 있어서다. 2주 후 한미 정상회담이 예고된 상황에서 양국 정부간 신속한 정리가 없으면 자칫 ‘진실게임’으로 번질 수 있고, 이는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한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은 15%의 관세를 내게 될 것이며, 자동차와 쌀 같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역사적 개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 개방은 민감한 이슈다. 이에 앞서 우리 협상단은 “추가 개방은 없다”고 말하며 이를 성과로 내세운 상황이었다. 구윤철 기재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우리 협상단의 끈질긴 설명 결과, 미측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적인 시장 개방은 하지 않은 것으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미국산 쌀에 역사적인 시장 접근권을 제공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발언만 놓고 보면 양국 정부가 같은 사안을 놓고 완전히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 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한미 FTA로 미국과 우리 농산물의 경우 99.7% 개방돼 있다. 정치적인 수사다’ 이렇게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점화되자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미국 측서 세부 요건에서 서로의 이해가, ‘서로 인지가 좀 다를 수 있다’ 이 정도로 말씀드리겠다”면서 “상세 항목은 조율과 협상 여지가 남아있다”고 한발자국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오로지 구두로만 이뤄진 이번 합의로 인해 발표 사흘이 지난 상황에서도 혼란이 있자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2주 안에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고 양국 정부가 예고했는데, 그 전에 이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일치하지 않는 목소리를 내면 안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