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회 한 점에 바다 한 입… 여름바다를 맛있게 즐기는 법[김도언의 너희가 노포를 아느냐]

14 hours ago 5

강원 동해시 망상해변의 ‘돌고래횟집’. 우럭회는 소·중·대 크기에 따라 9만∼13만 원이다. 김도언 소설가 제공

강원 동해시 망상해변의 ‘돌고래횟집’. 우럭회는 소·중·대 크기에 따라 9만∼13만 원이다. 김도언 소설가 제공

김도언 소설가

김도언 소설가
바야흐로 여름 휴가철이다.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은 도시의 묵은때를 벗고자 푸른 바다를 찾는다. 맨발로 백사장을 걷거나 짠 내가 섞인 바람을 들이마시고, 해가 지면 별이 하나둘 켜지는 밤을 기다린다. 여름 해변에 누우면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같은 노랫말이 절로 떠오를 것이다.

강릉선 고속철도(KTX) 묵호역에서 차로 10분이면 닿는 망상해변은 여름의 추억을 만드는 데 더없이 좋은 곳이다. 동해안에서도 손꼽히는 넓은 백사장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시원하게 펼쳐지고, 뒤편의 울창한 송림은 뜨거운 햇살을 품어 안는다. 무엇보다 눈이 부실 만큼 빛나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보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씻긴다.

망상해변에서 27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돌고래횟집도 이곳 풍경의 일부다. 지역 토박이인 사장님은 서른여덟 살에 이 집 문을 열었다. 그동안 식당 앞 모래사장을 얼마나 많은 사람과 청춘이 거닐었을까. 손을 꼭 잡은 연인들, 모래성을 쌓던 아이들, 가족사진을 남기던 부모들, 그리고 이젠 아이의 손을 잡고 추억을 더듬는 옛 연인들까지. 여름은 해마다 바뀌었지만 노포는 늘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의 추억을 지켜봤다.

우리 일행이 시킨 것은 우럭회 한상차림. 첫인상부터 남다르다. 커다란 접시에 천사채를 깔고 그 위에 옥돌을 올린 뒤, 한 점 한 점 두툼하게 썬 회를 정갈하게 올린다. 가운데 꽃장식까지 해 마치 고급 일식집의 일품요리처럼 보인다. 회는 적당한 탄력을 품고 있어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올라온다. 바다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혀가 먼저 알아챈다.

곁들여 나오는 음식도 충실하다. 전복과 멍게, 새우구이, 주꾸미숙회, 골뱅이숙회, 볼락찜, 미역줄기…. 하나하나가 제철 바다의 맛을 담고 있어 젓가락이 쉴 틈이 없다. 흔한 밑반찬이 아니라 그것들 그대로 작은 요리다. 주인장에게 비워진 접시를 채워 달라고 하니 금세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새 음식을 담아 내온다. 뜨내기일 뿐인 관광객에게도 정성을 다한다. 그래서 이 집은 한번 다녀간 이들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추천하는 명소가 됐을 테다.

돌고래횟집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따로 있다. 횟집 앞으로 펼쳐지는 망상해변이다. 푸른 수평선을 바라보며 회 한 점을 입에 넣고 소주 한 잔을 마시면 파도 소리가 자연스러운 배경음악이 된다. 창밖의 바다와 접시 위의 바다가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맛은 혀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노포는 오래도록 식객들의 시간을 자기 시간처럼 품어온 공간이다. 돌고래횟집 역시 그렇다. 스물일곱 번의 여름 동안 망상해변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의 설렘과 사랑, 웃음과 추억을 함께 지켜봤다. 그래서 이 집은 회를 파는 식당인 동시에 여름 바다라는 푸른 상징을 파는 식당이기도 하다.올여름, 바다를 찾아야겠다면 주저하지 말고 망상해변으로 가시라. 여름 바다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 여기에 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과 그 너머 수평선을 바라보며 싱싱한 활어회 한 점을 입에 넣는 것. 그 한 점의 맛 속에 당신의 잊지 못할 여름이 태어날 것이다. 그 여름은 횟집 이름인 돌고래처럼 해마다 추억 속에서 튀어 올라 푸른 물보라를 일으킬 것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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