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내 최대 염전업체에서 생산한 소금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예와 다를 바 없는 강제노동에 시달리면서 만들어진 상품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태평염전의 천일염 생산 과정에서 강제노동이 이뤄졌다는 합리적 근거에 따라 ‘수입 보류 명령’(Withhold Release Order)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전역의 항구에서 태평염전 소금에 대한 수입이 중단됐다.
CBP는 태평염전 조사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신분증 압수, 협박, 사기, 폭행, 임금 체불 등 강제노동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행위는 모두 국제노동기구(ILO)가 규정한 강제노동 지표에 부합한다는 게 CBP 측 설명이다. 미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강제노동 문제로 제품 수입을 중단한 사례는 1994년 일본 이후 한국이 유일하다.
전남 신안군 증도면에 위치한 태평염전은 국내 천일염의 약 6%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단일 염전이다. 부지 대부분을 천일염 생산업자들에게 임대하고 있다. 생산업자 중 중 일부가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염전 노예’ 논란을 일으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었다.
태평염전 측은 “문제가 된 임차인을 퇴거 조치했고, 노동자 숙소 건립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수입 금지 조치가 알려지자 태평염전은 지난 6일부터 자사 홈페이지를 폐쇄한 상태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