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보지 못했던 최악의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짐 로저스)
세상의 흐름 안에 돈의 흐름이 있다
짐 로저스는 1973년 조지 소로스와 헤지펀드를 공동 설립해 10년 만에 4,200%의 수익을 올린 전설적인 투자자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세계를 뒤흔들었던 경제 위기를 정확히 예견해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모두 호황에 취해 낙관적 전망할 때, 특유의 분석력으로 위기를 한발 앞서 감지함으로써 시장이 한창 바닥을 칠 때도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가 이런 실적을 올릴 수 있던 것은 사람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 저가 상품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의 투자에 대한 혜안은 긴 안목에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는 데 있다. 스스로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이력이 그러한 혜안을 거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역사를 통한 배움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돈이 흘러가는 추세’를 파악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키우며, ‘돈이 어떻게 움직일지’ 상상하는 힘이 필수라고 한다. 실제로 그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예견하고, 중국의 약진과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등을 예상했다. 이런 예측 능력은 때에 따라서 빗나갈 수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긴 흐름 속에서 역사를 통해 미래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며 그 안에 ‘돈의 흐름’을 같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10년 안에 ‘성장하는 나라’와 ‘저무는 나라’
짐 로저스는 영국이 융성했다가 쇠락했듯이, 미국의 패권적 위치 상실을 예견한다. 미국은 역사상 최대 채무국이고, 국력이 점차 쇠퇴하기 시작하고, 미 달러 이탈 가속화로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상실하고, 미·중 무역 전쟁으로 시장 폐쇄되는 후유증을 안기 때문이다. 짐 로저스가 보기에 미·중 긴장 관계와 미국의 반중 혐오 정서는 미국이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이다.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함으로써 달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 오히려 달러 이탈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상황이 악화할수록 보호무역주의를 고수할 것이며, 그것의 부정적 효과로 미국 경제는 내리막길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일본의 쇠퇴도 피할 수 없다고 보는데, 일본 또한 막대한 채무와 저출산 고령화, 외국인에 대한 폐쇄성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짐 로저스는 일본의 놀라운 경제적 성과를 높게 평가했지만, 다시 예전의 번영을 구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아울러 영국과 EU의 쇠락도 전망한다.
반면 짐 로저스는 중국의 부상을 예언하며 현재 미국의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본다. 중국이 구상하는 일대일로는 21세기의 가장 성공적인 경제 프로젝트로 본다. 물론 아직 미국을 대체할 안전하고 큰 수익을 올릴 나라는 없지만, 중국이 통화 개방을 계속하면 미국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머지않아 미국을 대체할 패권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중국이 현재 긴장 관계에서 전쟁을 선택하게 될 일을 경계한다. 짐 로저스는 또한 현재 전쟁 중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러시아도 경제적으로 유망한 나라로 판단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르완다, 베트남, 콜롬비아도 부상하는 나라로 규정한다.
짐 로저스는 돈이 유입되는 나라의 조건으로 나라의 개방성, 유능한 지도자 여부를 두고 있다. 또한 인구 문제도 무척 중요한데, 무작정 인구가 많다기보다 국가의 생산성 향상에 유용한 인구 구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인구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을 권장하기도 하는데, 이민을 통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을 요청하기도 한다. 인구는 한 나라의 장래를 가늠하는 척도로 이해하는데,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기를 기회로 읽는 식견과 안목을 키우는 방법
짐 로저스는 투자의 기본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뻔한 원칙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실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대부분 강세장만 보고 약세장을 잘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주식이 패닉 매도되었을 때도 일본 주식에 투자해서 확실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비관적일 때는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 여기서 무조건 싼 주식이나 상품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의 장래성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래성을 측정하려면 거시적 관점에서 변화를 파악해야 한다.
짐 로저스의 투자 전략은 일종의 역발상이기도 하다. ‘한 바구니에 달걀을 담지 말라’는 투자계의 오래된 격언을 두고, 이다. 요컨대 특정 대상에 전부 투자하지 말고 여러 곳으로 나누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좋다는 가르침이다. 정말 부자가 되려면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단 달걀을 넣는 바구니가 ‘제대로 된 바구니’인지를 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가령 그는 1970년경 원유 가격이 배럴당 3달러였던 시대에 적극적으로 원유에 투자했다. 아무도 원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모두 ‘원유에 투자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했다. 개중에는 자신에게 투자를 중단하라고 조언하기도 했지만, 그런 의견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스스로 조사하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가 예측한 대로 원유는 급등했다. 그는 남의 의견에 기대다가 실패하고, 이렇게 스스로 판단해 성공한 사례를 들며 남의 조언을 경계하며 스스로 끊임없이 많은 공부를 해 안목을 키워갈 것을 요청한다.
그는 각 나라에 대한 투자법으로 ‘기회를 파악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①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는가?, ② 이노베이터가 존재하는가, ③ 기술 혁신이 일어났는가, ④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행동하는가.” 짐 로저스는 “위기는 관점을 바꾸면 다시 없을 기회”라고 한다. 이 책은 투자 환경과 관련해 세계적 안목과 깊은 영감을 전해준다. 아울러 짐 로저스의 경험과 조언은 앞으로 다가올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지속 가능한 수익을 올릴지에 대해서도 넓은 식견과 아이디어를 일러준다.
투자의 귀재가 일러주는 혼란스러운 세계정세 속에서 돈의 흐름 읽기
이 책에서 짐 로저스는 “앞으로 내 생애 최악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단호한 목소리로 경고한다. 10년 넘게 지속된 글로벌 호황이 끝나가고 있으며,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특히 이스라엘, 중동 전쟁,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대만 분쟁 등 혼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짐 로저스는 이 책에서 당황할 필요가 없으며, 역사를 통해 배우고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키우면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혼란의 시대를 헤쳐갈 수 있다. 이 책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갖추게 하며, 그 능력이 궁극적으로는 수익 창출의 원동력임을 확인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