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운동 과학자는 “밥을 먹은 후 움직이라”고 조언한다. 식후 바로 걷기다.
이론적 뒷받침도 있다. 2011년
국제 일반의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General Medicine)에 실린 소규모 연구에 따르면 식사 직후 걷는 것이 1시간 후 같은 시간을 걷는 것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더 컸다. 식후 30분 걷기를 한 달 동안 한 참가자는 체중이 약 3㎏ 줄었으나 식사 1시간 후 같은 양을 걸은 다른 참가자는 1.5㎏ 감량에 그쳤다.식후 걷기가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큰 이유는 포도당 급증을 억제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미국 앨라배마 대학교 운동 과학과 조교수로 걷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엘로이 J 아귀아르(Elroy J Aguiar) 박사는 “(식사 직후 운동은) 짧게 하더라도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며 “혈당과 혈압이 바로 낮아진다”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말했다.
2013년 국제 학술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위험이 큰 사람은 식후 15분 걷기로 당뇨병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교 보건대학 연구팀은 공복혈당이 정상범위를 벗어나 당뇨병 진단 기준에 가까운 사람이 식사 후 15분씩 걷는 것만으로도 혈당 개선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공복 혈당은 70~100㎎/dL이 정상범위이며 126㎎/dL이 넘으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식후 15분만 걸어도 혈당 뚝!
공복혈당이 105에서 125 사이인 60세 이상 비만 남녀 1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하루 세 번 식사 30분 후 15분씩 걷는 것이 아침이나 저녁에 같은 양의 운동을 하는 것 보다 혈당 상승 억제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식후 바로 걷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혈당 반응이 가장 낮았고, 최고치와 최저치의 폭도 작았다.
음식을 통해 섭취한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액 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운동 중에는 근육이 포도당을 흡수해 에너지로 사용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혈당이 낮아진다. 이는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췌장의 부담을 덜어준다.
“식사 후 15분 간 운동을 하면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고 혈당 수치를 최장 24시간에서 48시간 동안 다 나은 범위에서 유지할 수 있다”라고 아귀아르 박사가 설명했다.
그는 “운동 간식과 같다. 더 많은 양의 운동을 잘게 나누는 것이다. 한 시간 동안 뛰면서 땀을 흘릴 필요가 없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후 15분간 걷기만으로도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식후 15분 걷기는 당뇨병 환자나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가장 이점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이 건강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아귀아르 박사는 강조한다.“혈류 내 여분의 포도당을 처리하기 위해 췌장이 해야 하는 작업을 줄여주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 당뇨병, 대사증후군과 같은 질환은 그 영향이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되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른다.”
우리 몸은 포도당을 세포에 운반하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기거나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게 제2형 당뇨병이다. 대사증후군은 고혈압, 고혈당, 낮은 고밀도(좋은) 콜레스테롤, 고지혈증, 복부 비만 등과 같은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신진대사 관련 질환이다.
아귀아르 박사는 “운동 직후에는 혈압과 혈당이 낮아진다.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나타나는 이러한 효과기 대사증후군, 당뇨병, 고혈압을 예방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축적되지만 운동을 하면 문제가 되기 전에 개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빠르게 걷기의 장점
식후 걷기의 운동효과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걷는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분당 130보 이상이 권장된다.
“숨이 살짝 차거나 피부에 가벼운 땀이 날 정도로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대화는 할 수 있지만 노래는 부를 수 없는 속도로 걷는 것, 이것이 중강도 운동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 운동 지침으로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운동을 권장한다. 하루 세 번 식후 걷기만 해도 이를 충족한다.
그는 “매일 또는 적어도 이틀에 한 번 중강도 운동을 하면 혈압과 혈당 수치가 개선된다”고 말했다.
빠르게 걷기가 심장 건강을 개선한다는 증거도 점점 쌓이고 있다.
지난 1월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매일 14분씩 하던 산책을 7분간 빠르게 걷기로 대체하자 심장 질환 발병률이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식후 걷기는 꾸준하게 해야 효과가 높다.
하루에 50분 동안 한 번 걷는 것과 하루에 25분씩 두 번 걷는 것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두 번의 짧은 걷기를 한 사람들이 한 번의 긴 걷기를 한 사람들보다 허리둘레와 체중이 더 많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되고,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하며, 체중 변화와 허리둘레 감소로 이어진다. 즉, 대사 증후군의 다섯 가지 위험 요소를 모두 충족할 수 있다는 의미다.”
걷기는 가장 훌륭한 약
최근 연구에 따르면 걷기 운동은 13가지 암 유형의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신체 건강 외에도 뇌 활동을 촉진하여 창의적인 아이디어 생성을 두 배로 증진시킨다.
현대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걷기는 인류에게 최고의 약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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