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모수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해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시기를 15년 정도 늦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추가적인 구조개혁 방안으로 ‘연금피크제’ 도입을 제안한다.
연금 재정이 악화한 주요 원인은 기대수명 증가다. 연금 도입 초기에 예상한 것보다 평균 수명이 훨씬 길어지면서 은퇴자에게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기간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재정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현 제도 아래에서는 연금 지급액이 임금 및 물가 상승률에 연동돼 수급자가 고령화할수록 지급액이 증가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을 주로 논의하고 있다. 자동안정화 장치는 경제성장률 및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라 보험료율 또는 연금 지급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재정 고갈을 방지하고 세대 간 부담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그 작동 방식은 결국 ‘더 내거나 덜 받는’ 구조여서 남은 가입 기간이 긴 미래세대가 더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연금피크제는 일정 연령 이후 연금 수급액을 점진적으로 감액하는 방안이어서 재정 안정과 세대 간 형평성 제고에 더 효과적인 대안이다. 우선 기대수명 증가에 좀 더 명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동안정화 방안은 간접적으로 기대수명 증가를 고려하지만 연금피크제는 늘어난 수명에 따른 재정 부담을 직접적으로 관리한다.
둘째로 세대 간 형평성 확보에 유리하다. 대부분 연금 개혁 방안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연금피크제는 기성세대도 고통을 분담하게 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유리하다.
셋째로 고액 연금 수급자에게 차등적으로 연금피크제를 적용하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계층의 연금 수급액을 조정해 소득 재분배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소득 수준에 따라 특정 연령 이후 연금 감액률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연금액이 큰 공무원연금 및 사학연금 개혁에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덧붙여 초고령 연령에게 연금 지급액의 상한액을 설정하면 예상치 못한 장수에 따른 과도한 연금 지급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90세 이후에도 노후 자금이 계속 늘어날 필요가 있을까’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연금피크제 도입으로 발생할 고령층의 경제적 불안감은 기대여명 이후 의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인 부담률 인하, 보장 범위 확대, 고령층 발병 질환 지원 강화 등을 통해 연금 수입 감소를 상쇄하고 실질적인 노후생활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
자동안정화 방안은 단기적인 재정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미흡하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반면 연금피크제는 고령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연금 제도를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고액 수급자 차등 감액과 건강보험 연계를 통해 재정 안정과 세대 간 형평성,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추가적인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우선 연금피크제를 도입하고 보험료 인상 시 본인 기여분은 별도 적립해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청년연금’을 시행한다면 보험료 인상에 대한 청년층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기득권층의 이해와 양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연금 개혁에 매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