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납치'가 잇따르자 당국이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 온라인 납치는 피해자를 속여 스스로 감금하게 만든 뒤 금품을 갈취하는 신종 범죄다. 국내에서도 최근 한 20대가 보이스피싱 협박에 속아 스스로를 모텔에 감금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1일(현지시간)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호찌민시 공안 형사경찰국은 응우옌 쭝 호아 중령(부국장)을 팀장으로 하는 온라인 납치 전담 수사틈을 구성했다. 전담팀은 온라인 납치 신고를 접수하고 관련 부서와 협력해 사건을 수사·추적하고 피해자 안전을 최대한 빨리 확보하는 임무를 맡는다.
현지 공안이 전담팀을 꾸린 이유는 하노이·꽝닌·호찌민·껀터 등 주요 지역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온라인 납치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범죄 일당은 공안이나 검찰, 택배기사를 사칭한 다음 전화·사회관계망서비스(SNS)·영상통화를 이용해 피해자들이 돈 세탁 또는 마약 사건에 연루됐다고 속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온라인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구금될 것"이라고 협박한 뒤 피해자를 자취방이나 호텔에 스스로 감금하고 외부 연락을 차단하도록 유도한다.
심지어 피해자 스스로 손을 묶고 고문을 하도록 강요한 사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전동부경찰서는 지난 5월 "여자친구가 수사관이라는 사람과 통화하더니 어제부터 모텔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해당 모텔에 출동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인 20대 여성 A씨는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들에게 속아 그들 지시에 따라 스스로 모텔에 갇혀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이스피싱범들은 A씨에게 "검찰이 수사 중인 특수 사기 사건에서 본인(A씨) 통장계좌가 발견됐다"며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에 가서 대기하라.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바로 구속하겠다"고 협박했다.
겁에 질린 A씨는 혼자 모텔을 찾아 약 20시간 동안 보이스피싱범들과 통화를 이어갔다. 그는 보이스피싱범들 지시에 따라 스마트폰 공기계를 구입하기도 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엔 경찰관들마저 의심할 정도로 보이스피싱범들 말을 믿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금전적 피해를 막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계속해서 겁박과 가스라이팅을 일삼으며 피해자를 고립시켜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수법이 횡행한다"고 했다.
미성년자 피해가 많은 베트남에선 부모들에게 자녀들의 전자기기 사용을 주의 깊게 살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호찌민시 공안국은 자녀와 자주 대화하면서 공안이나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낯선 전화를 받을 때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과 침착함을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