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파일러 투입…경찰, 범행 동기 정밀 분석
23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 연수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구속된 조 씨에게 살해된 아들(34)의 유족을 비롯해 참고인 조사를 시작했다. 유족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와 입장문 등을 통해 조 씨가 아들뿐 아니라 며느리와 두 손주도 살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사건 당일인 20일 조 씨는 며느리가 아이들이 숨어있는 방문을 잠그자 수 차례 문을 열려 하며 밖으로 나오라고 위협했다”며 “하지만 개문에 실패했고, 총기도 작동하지 않아 (추가 범행에) 실패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같은 내용은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제출된 의견서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반면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만 살해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 씨의 진술이 계속 불분명한 만큼 추가 혐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살인미수나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범행 동기 역시 조 씨와 유족들 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 씨는 ‘가정불화’를 범행 동기로 주장했다. 반면 유족은 “가정 불화나 갈등은 없었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조 씨가 범행 동기를 “알려고 하지 마라”며 구체적 진술을 회피하고 있는 만큼,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심리 분석에 들어갔다.
● 무차별 공격하는 이상동기범죄 가능성 제기 일각에선 이 같은 진술 차이와 조 씨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따라, 명확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이상동기범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실제로 조 씨에 대해 사이코패스 진단을 포함한 정밀 심리평가를 진행할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이는 앞서 지난 5월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방화를 저질러 160여 명을 위협한 원모 씨(67)에 대해 경찰이 이상동기범죄로 분류한 사례와 유사한 판단 흐름이다. 원 씨 역시 이혼소송 불만을 주장했으나 경찰은 그의 행위를 통상적인 범죄 동기로 보기 어려운 이상행동으로 판단했다. 두 사건 모두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폭발물 사용 등 공통점이 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피의자의 진술이 불분명하고, 유족이 기존 동기를 부정하는 상황에서는 이상동기범죄로 결론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조 씨가 가족들의 성공에 박탈감을 느껴 타깃을 명확히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상동기범죄와는 결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 무차별 살인·살인미수 증가 추세
경찰이 무차별 증오범죄를 공식 분류하기 시작한 2023년 이후, 살인 및 살인미수 범죄가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차별 증오범죄 중 살인은 2023년 9건에서 지난해 25건으로, 살인미수는 6건에서 20건으로 각각 늘었다. 기수와 미수를 합치면 총 15건에서 45건으로 3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다만 아직 분류 기준이 도입된 지 오래되지 않은 데다, 표본 수가 충분치 않아 이러한 증가가 실제 이상동기 범죄의 확산을 의미하는지는 장기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다 정교한 통계 축적과 지속적인 범죄 동기 분석을 통해 경향성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경찰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도 유족 의사를 중심으로 신중히 검토 중이다. 유족이 2차 피해를 우려해 조 씨의 신상 공개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상공개심의위원회 개최 요건 중 피해자 유족 의사도 포함돼 있어 이 부분을 최대한 반영해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인천=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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