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최강 멕시코전 후반 출전
20분만에 왼발 논스톱슈팅 동점골
미국전 이어 두경기 연속 득점
A매치 53골로 2위… 1위와 5골차
손흥민-오현규 연속골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손흥민(등번호 7번)이 10일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 후반 20분에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1-1 동점을 만드는 골을 터뜨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이 멕시코에 0-1로 지고 있던 후반 20분.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오현규(24·헹크)의 머리를 맞고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손흥민(33·LA FC)의 앞에 떨어졌다. 손흥민은 골대와의 거리가 6m 정도 되는 지점에서 한 차례 바운드된 공을 강력한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멕시코 골키퍼 라울 랑헬(25·과달라하라)이 두 팔을 번쩍 들었으나, 공은 이미 머리 위를 지나 골그물 상단에 꽂힌 뒤였다. ‘북중미 최강’ 멕시코를 상대로 고전하던 경기의 흐름을 단숨에 바꾼 주장 손흥민의 호쾌한 ‘한 방’이었다. 손흥민의 소속 클럽팀인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LA) FC는 소셜미디어에 손흥민의 골 장면을 올리면서 ‘(손흥민의) 로켓은 멈추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손흥민이 득점포를 가동한 한국은 10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멕시코는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소속 국가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은 13위다. 한국(23위)은 이번 경기 전까지 멕시코와의 A매치에서 3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7일 미국(15위)과의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끈 손흥민은 이날 벤치에서 시작했다. 미국전 선발 11명 중 9명을 바꾼 한국은 전반 22분 멕시코의 ‘골잡이’ 라울 히메네스(34·풀럼)에게 헤더 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56)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을 교체 투입하며 반격에 나섰다. 개인 통산 136번째 A매치에 출전한 손흥민은 홍 감독,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72)과 함께 역대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출전 횟수 공동 1위가 됐다. 최전방 ‘원톱’으로 출전했던 미국전과 달리 이날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밟은 지 20분 만에 값진 동점골을 뽑아냈다. 역대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통산 득점 2위 손흥민은 53호 골을 넣어 이 부문 1위 차 전 감독의 기록(58골)에 5골 차로 다가섰다.
손흥민이 득점 후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의 득점 이후 경기력이 살아난 한국은 후반 30분 역전에 성공했다. 오현규가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의 침투 패스를 받은 뒤 수비수 다리 사이를 통과하는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다. 최근 슈투트가르트(독일)로의 이적이 유력했던 오현규는 무릎 십자인대 부상 이력 등으로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빅리그 입성에 실패했다. 오현규는 이날 골망을 흔든 뒤 유니폼 하의 왼쪽을 걷어 올리고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무릎을 가리키며 포효했다. 그러고는 어깨를 으쓱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자신의 무릎이 건강하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공격수 오현규는 후반 30분 한국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환호했다. 한국은 이날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와 2-2로 비겼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0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평가전(1-0·한국 승) 이후 19년 만의 멕시코전 승리를 눈앞에 뒀던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멕시코의 산티아고 히메네스(24·AC 밀란)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줘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경기 막판 수비 집중력이 떨어진 게 아쉬웠다. 멕시코와의 역대 상대 전적은 4승 3무 8패가 됐다. 한국은 2026 북중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월드컵 공동 개최국 미국과 멕시코를 차례로 상대한 A매치 2연전에서 1승 1무라는 좋은 성과를 냈다. 지난달 토트넘(잉글랜드)을 떠나 LA FC에 입단한 손흥민은 유럽에서 뛸 때보다 이동 거리가 줄어들자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며 두 경기 연속 득점했다. 손흥민은 “좋은 컨디션으로 팀에 도움을 준 것 같아 기쁘다”면서 “강팀과 맞붙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다. 강팀을 상대로 2-1로 앞서 나갈 때 승리를 지킬 수 있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A매치 출전 횟수 공동 1위가 된 것에 대해선 “단 한 번도 (A매치 출전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 항상 꿈을 이루는 아이 같은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면서 “몸 관리를 잘해 최대한 오래 뛰면서 멋진 골을 넣고 싶다”고 했다. 홍 감독도 손흥민의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홍 감독은 “손흥민은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앞으로도 선발이든, 선발이 아니든 손흥민을 우리 팀에 가장 좋은 시점에 출전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이날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로어닷컴 필드에서 열린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0-2로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