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NOW]
사회적 관념 옅어지며… ‘옴니보어’ 트렌드 부상
KBO, 상반기 야구 티켓… 여성 구매 비율 54.4%
소득 수준 올라도 다이소에 열광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샐러드 전문점을 가장 많이 이용한 연령대는 10대(32.5%)와 20대(26.9%)였다. 흔히 10, 20대가 즐겨 먹는 음식으로 마라탕과 불닭볶음면을 떠올리지만, 사실 이들은 건강 관리에도 철저하다. 노화를 늦추는 생활 습관을 강조하는 ‘저속 노화’ 열풍이 불면서 ‘혈당 스파이크’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수면법이나 영양제가 젊은 세대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옴니보어는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흔히 스포츠 관람을 즐기는 사람은 남성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요즘 야구장을 가본 사람이라면 풍경이 사뭇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프로야구 티켓 구매자 중 54.4%가 여성이었으며 이는 2023년보다 3.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야구뿐만이 아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서 4대 프로 스포츠(축구, 야구, 배구, 농구)의 팬 성별 비중을 조사한 결과, 여성이 더 많았다. 특히 응원하는 구단의 선수를 꿰고 있으면서 유니폼까지 보유한 열성 팬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프로야구 63.8% △남자 프로농구 78.4% △여자 프로배구 70.3% 등으로 확연히 많다.
소득도 마찬가지다. 흔히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균일가 숍은 국민 소득이 낮은 저개발 국가에서 인기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오히려 미국이나 일본처럼 중산층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반응이 더 좋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10대들의 성지 ‘다이소’를 찾는 부모들이 늘면서 고급 쇼핑몰에 다이소가 입점하는 사례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옴니보어 트렌드가 등장한 이유로는 인류의 기대 수명 증가가 지목된다. 과거에는 10대에는 학업을, 20대에는 취업을, 30대에는 가정을 꾸리는 등 나이에 따른 과업이 비교적 명확했다. 하지만 수명이 늘면서 청년-중년-노년으로 인생의 과업을 밟아가는 순차적 인생 모형이 무너지고, 개인의 일생을 바라보는 정형적 틀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초등학교 학부모 회의 장면을 떠올려 보라. 예전에는 학부모들이 모두 비슷한 나이대의 또래였다면, 요즘 학부모 회의에는 20대 초반에 출산해 20대 후반인 학부모부터 40대 중반에 출산해 50대를 바라보는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 있다.
옴니보어 현상은 상품의 타깃 고객을 좁고 세밀하게 설정해야 하는 기업에 혼란을 준다. 도무지 이 상품을 누구에게 팔아야 할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고객 저변이 늘어난다는 의미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나이와 성별, 소득의 특성을 잊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고객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장도, 조직도 더 이상 전형적이지 않다. 모든 전제를 원점에 두고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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