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는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지 않고, 가격만 올리면서 성장해 왔습니다. 이런 구조는 반드시 개혁이 필요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연구보조금과 기타 지원금 수십억 달러 동결을 통보한 가운데 헤지펀드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도 하버드대를 다시 한번 비판하고 나섰다.
애크먼 회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고 있는 밀컨 콘퍼런스에 참여해 이처럼 밝혔다. 애크먼 회장은 유대계 헤지펀드 큰 손으로 하버드 대학이 학내 반유대주의 운동 등을 제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클로딘 게이 전 총장 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 여파로 게이 전 총장은 올해 초 물러났다.
트럼프 행정부도 앞서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교내 정책 변경을 요구했지만, 하버드는 이런 요구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트럼프 정부는 수년간 나눠 지급하는 23억달러 규모의 연방 지원금을 중단하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섰고, 하버드는 이에 반발해 지원금 중단을 멈춰달라는 소송을 냈다.
애크먼 회장은 이자리에서 하버드대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립대학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은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며 “하버드대는 사실상 납세자의 돈을 위탁받은 수탁자”라고 설명했다. 2024 회계연도 기준으로, 하버드는 약 6억 8600만 달러의 연방 연구 보조금을 수령했다. 이는 전체 연구 지원 수입의 약 68%를 차지한다.
애크먼 회장은 “하버드는 엄청난 행정 비대화에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며 “교수들에게 물어보면 행정 절차 때문에 겪는 악몽 같은 상황을 말해준다”고 전했다. 또 “교수 숫자는 거의 늘지 않았지만, 행정 인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애크먼 회장은 하버드대 반유대주의 운동에 대해서 다시 한번 비판했다. 그는 “반유대주의, 하마스 지지 시위, 학생들이 제대로 배울 수 없는 환경, 행동 규범 미이행, 표현의 자유의 부족 같은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방 정부의 과학 연구 자금은 밴더빌트대나 듀크대와 같은 다른 명문대로 옮겨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훌륭한 연구자들은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연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애크먼 회장은 하버드대가 교육 서비스의 질은 높이지 않고 학비만 올리고 있다는 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하버드대 등록은 연간 8만 2000달러이며, 4년간 약 33만 달러가 들어간다”며 “(서비스에 비해 학비가)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DEI(다양성·공평성·포용성)를 원칙적으론 찬성하지만 오늘날 많은 대학이 실천하는 DEI 정책엔 불법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DEI를 내세우며 오히려 인종 간 역차별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또한 이 이념이 대학 내 자유로운 토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도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 지수에서 매년 최하위를 기록한다는 점을 들어 “국가적 수치”라고 평가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