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경 밤베르크 심포니 부악장 “마음 평온해지는 음악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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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입단해 지난 달 종신단원 결정
"동료들과 가족처럼 가까운 관계"
"흐루샤 열정적 지휘에 단원도 따르게 돼"
"배움의 자세 즐기는 어머니에게 자극"

“독일에서 한국인 협연자를 볼 때면 존경심과 자부심을 느껴요. 그 자리에 오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니까요.”

바이올리니스트 설민경. / 사진 출처. 빈체로

바이올리니스트 설민경. / 사진 출처. 빈체로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의 부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설민경은 최근 아르떼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밤베르크 심포니는 오는 31일과 다음 달 1일 또 다른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인 김봄소리와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다. 체코에서 건너 온 독일인들이 1946년 세운 이 악단은 오늘날 독일 바이에른 지방을 대표하는 악단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설민경은 2018년 이 악단에 입단해 2023년 부악장이 됐다. 지난 달 4일 종신단원 임명이 결정됐다.

“부악장 되니 늘어난 책임감...이젠 편안해요”

설민경은 밤베르크 심포니의 매력으로 소도시에서 느끼는 가족같은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밤베르크는 인구 7만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아름답고 역사적인 관광도시”라며 “이렇게 작은 도시에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있다는 것, 밤베르크 심포니가 독일 악단 중에서도 많은 정기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오케스트라라는 점이 항상 놀랍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가족처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투어로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통도 많이 하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악단의 상임지휘자인 야쿠프 흐루샤의 리더십도 악단의 매력으로 꼽았다. 설민경은 “흐루샤의 지휘는 견고하면서 정갈하다”며 “언제나 단원들을 존중해주는 그의 마음가짐은 굉장히 유연할뿐 아니라 연주회에서 그의 에너지도 정말 대단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 연주 모든 걸 쏟아내는 그의 지휘를 보면 단원들도 함께 열정적으로 연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악장을 맡게 된 뒤로는 책임감이 크게 늘었다. 악장과 단원들 사이에서 언제나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으려면 순발력과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설민경은 “(부악장 임명 후) 15개월 동안 부악장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며 “부악장은 악장을 넘어서도 안 되고, 악장보다 덜 활동적이어서도 안 되는 역할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되고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차분함을 찾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공개했다. 그는 “최근에 슈트라우스 곡을 즐겨 듣는다”며 “특히 가곡 ‘내일(Morgen)’의 오케스트라 버전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 하면 언제나 마음이 평온해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연주, 언제나 설레요”

설민경처럼 해외를 무대로 삼고 있는 한국인 연주자를 찾는 건 이제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외 오케스트라에서 한국인들의 활약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설민경은 “한국의 음악 교육 수준이 어느 나라 못지않게 아주 높아졌다”며 “거기에 한국인들이 가진 열정과 성실성이 더해지니 (한국인 연주자의 해외 진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은 현지의 문화에 들어가야 하니 열린 마음으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언어적 고충을 해결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현지인들보다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설민경. / 사진 출처. 밤베르크 심포니 홈페이지

바이올리니스트 설민경. / 사진 출처. 밤베르크 심포니 홈페이지

독일의 바이올린 단원들을 이끄는 그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는 어머니다. 설민경의 어머니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단원으로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미경이다. 설민경은 “어머니는 리허설을 다녀오시면 매주 새로운 지휘자나 협연자에게 무엇을 배우셨는지 늘 즐겁게 이야기해 주셨다”며 “항상 배움의 자세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시는 어머니 모습을 보며 저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오케스트라 생활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고민이 생기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합니다. 늘 길잡이로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시는 어머니께 감사하고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어머니를 직접 볼 수 있는 한국에서의 연주 기회도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한국에서의 연주는 언제나 설레고 즐거워요. 발트앙상블 단원으로서 정기적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대구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객원 악장 활동, 실내악 연주 등을 하면서 행복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앞으로도 실내악, 독주, 오케스트라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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