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마지막 대출 창구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과 카드론을 앞으로는 더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보험사와 카드사들이 대출 규모 관리에 나서고 있어서다. 보험사는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앞서 보험계약대출 한도를 줄이고 있다. 새 규제 도입에 따라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서민이 보험계약대출로 몰릴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보험사는 홈플러스 사태 여파로 부실채권 비율까지 높아진 상황이라 한동안 대출 관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다음달 24일부터 보험계약대출 한도를 조정한다. 무배당 삼성슈퍼 보험 등 총 6종의 보험에 대해 보험계약대출 한도를 해약환급금의 50%에서 30%로 줄이는 것이다. 해약환급금이 1억원이었던 가입자라면 대출 한도가 총 2000만원 줄어드는 셈이다. 삼성화재 측은 “6종의 상품은 해약환급금이 줄어드는 형태로 설계돼 있다”며 “대출금 비중이 과도해지면 보험금과 해약환급금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 있어 한도를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험계약대출 한도를 줄이는 건 삼성화재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3월 NH농협생명은 종신형 연금 상품에 대해 담보 인정 비율을 95%에서 50%로 축소했다. 이어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롯데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가 약관대출 한도 축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동종업계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작년에 약관대출 한도를 60%에서 40%로 줄인 데 이어 올해도 추가 조정을 놓고 업권 동향을 참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사의 약관대출 조이기는 3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제도가 적용되면 직장인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기존보다 수천 만원 감소한다. 하지만 보험계약대출은 계약자가 해약환급금을 미리 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DSR 규제에서 자유롭다. 연체 이자도 별도로 부과되지 않아 차주의 부담이 작은 편이다. 이 때문에 차주가 주택 구매 대금 잔금을 치르기 위해 부족분을 보험계약대출을 통해 충당할 수 있어 풍선 효과가 생길 우려가 있다.
보험사는 한동안 대출을 보수적으로 관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3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대출채권이 전액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는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국내 보험사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91%로 0.27%포인트 상승했다.
카드사도 카드론 한도 조절에 나섰다. 현대카드는 지난달부터 카드론 승인 시 내부 신용평가 기준을 강화해 총잔액을 줄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작년 4분기부터 다중채무자 유입 증가에 대응하며 심사 전략 정교화 등 건전성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 나가고 있다. 최근 금감원이 현대카드에 카드론 이용 한도 관리에 유의하라고 요구하는 등 금융당국의 건전성 요구가 강해진 영향으로 해석된다.